2025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12기) 김순남 Soonnam Kim
[아츠앤컬쳐] 현재 경기도 광주에 소재하는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순남 작가는 6월 7일부터 7월 6일까지 영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과 4월에 미국 뉴욕(갈라아트센터)과 뉴저지(파리스코 파인아트)에서 있었던 초대전에 이어 2025년에 있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그녀가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선보이지 않은 신작 12점을 포함한 총 24점의 추상화를 선보인다.
오프닝 리셉션은 6월 14일 오후 4:30분이며, 미술관은 월, 화 휴무이다.
전시 장소: 영은미술관 제 2 전시장
주소: 경기도 광주시 청석로 300
전화: 031-761-0137
전시 서문
김순남의 회화는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작가는 동양철학과 불교적 사유, 그리고 서구 추상미술의 조형 언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융합하며, 회화를 수행과 명상의 장으로 확장시켜왔다. 감각과 인식의 경계를 탐색하는 가운데 ‘비움’과 ‘충만’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공존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현하고, 그 안에서 고요함과 역동성, 시적 감성과 내면의 울림을 조화시킨다.
이번 전시 《뉴 심포니: 텅 빈 충만》은 오랜 탐구와 내면 수행의 결실이다. ‘심포니’라는 제목은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조화를 음악에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팔레트 나이프를 이용해 점과 선을 겹쳐 물성이 쌓인 화면을 구축하며, 반복적 행위를 통해 명상적이면서도 생동감 있는 리듬을 형성한다. 겹침과 해체, 재구성으로 완성된 화면은 내면의 에너지와 조화로운 질서를 담아낸다. 이는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이루어진 시각적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작은 ‘시간성’에 대한 탐구가 두드러진다. 각 패널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 서사 속에서 조율된 하나의 ‘마디’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시각적 리듬을 따라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화면은 평면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리듬과 감각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작가는 불교적 개념인 ‘공(空)’과 ‘무상(無常)’을 시각 언어로 치환해낸다.
《뉴 심포니: 텅 빈 충만》은 김순남의 예술 철학의 정수이자, 회화를 통해 존재를 사유하고 삶을 성찰하는 방식을 묻는다. 작가는 회화라는 시각 언어를 통해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품은 화면 속에서, 관람자는 존재의 본질과 예술의 근원적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시각적 향유를 넘어, 인간 존재를 비추는 하나의 사유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팔레트 나이프로 수없이 많은 점과 선을 중첩하며 화면의 리듬감과 질서를 찾아가는 나의 예술 행위는 마치 티베트 불교 수행자가 염주를 돌리며 불영속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텅 빈 듯 충만한 우주의 기운’과 하나 되기를 염원하는 기도 수행과도 같다. 또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가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엮어 조화로운 청각적 컴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과도 닮아있다.” -김순남 작가노트中
- 영은미술관 학예팀
김순남 작가는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났으며, 창원에서 성장기를 보내었고, 국립창원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95년에 미국 뉴져지 주립대학교에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가서 MFA과정을 마친 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10년간 뉴저지 주립대 Kean University에서 겸임교수로서 미술개론, 색채이론, 그리고 2D 디자인을 가르쳤다.
2005년에 뉴저지 아시아여류화가 5인전에 초대되어 뉴욕타임즈에 크게 보도된 바 있고, 2014년에 뉴욕의 알재단이 기획하고 한국문화원이 후원한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 2부 작가 46인에 선정되어 Queens Museum of Art와 뉴욕 한국문화원 Gallery Korea에서 전시된 바 있다. 미국에서 20년간 교수, 작가로서의 생활을 하고 2014년부터 5년간 독일 부퍼탈에서 작업활동을 하였으며, 2019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서울 작업실과 경기도 광주의 영은미술관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1992년 대학시절, 칸딘스키의 저서를 읽고 크게 감동을 받은 후, 김작가는 완전 추상 컴포지션을 통한 서정적추상 작품을 주로 연구하였는데, 2018년부터는 면과 형을 제거하고 점, 선, 색의 에너지에 집중하여 교향곡을 들을 때의 감흥과 유사한 자유로움과 조화로움을 느끼게하는 뉴심포니시리즈를 통하여, 그의 불교적 사유와 명상을 표현해 오고 있다.
비평글
뉴욕의 유명한 미술 비평가 조너선 굿맨은 2025년 4월에 뉴저지 파리스코 파인아트에서 있었던 김순남의 전시 리뷰에서 이렇게 썼다.
“이러한 회화들은 완전히 추상적인 형태로, 매우 가까운 간격으로 배열된 선들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선들은 작은 물감 자국들로 어우러진 배경 속에서 도드라지며, 전체적인 느낌은 통제와 혼돈이 공존하는 듯하다.
김순남은 작품 속에 구체적인 형태를 포함하지 않기에, 우리는 그녀의 예술을 순수한 추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그림들을 바라볼 때 우리가 “실제적”이라 부를만한 어떠한 요소도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사용하는 기하학적인 형태 속에서 포착된 듯한 빛의 환상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김순남의 혼합된 문화적 배경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뛰어난 화가로서 자신의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서구 문화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한 미술 환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뉴욕에서 보낸 시간은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그녀의 예술은 비구상(non-objective) 회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이 예술 작품들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서구와 아시아의 회화 전통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긴장이다. 김순남은 서구 모더니즘 회화의 혁신과,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내면화된 이러한 표현 방식, 그리고 그녀의 한국적 배경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미지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이 두 가지 방향은 쉽게 조화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김순남은 자신의 원하는 방식대로 작업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개성은 서구적 시각 이미지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여전히 예술가에 의해 해석되고 재구성되어야 하는데, 그녀는 이를 놀랍도록 잘 해내고 있다. 그녀의 추상적 이미지에 대한 통찰력은 자신의 문화에서 비롯되지 않은, 독특한 시각을 빠르게 포착하는 능력 덕분에 더욱 예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방식의 시각적 경험 사이에 실질적인 경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예술에서 중요한 지적 성취이지만, 김순남은 그 이상을 해낸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미술과 미술의 역사들을 한 순간 안에서 노래하며 찬미하게 한다.”
- 미술 비평가 조너선 굿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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