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다이아몬드지'
[아츠앤컬쳐] 서울 용산구 해방촌 DIAMOND G(다이아몬드지)에서 6월11일부터 30일까지 조각 설치작가 구본원의 개인전 “REQUIEM"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품어온 신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2024년 우연히 마주친 작은 교회에서 그는 “예수라는 존재를 상징이 아닌 고통으로 다시 느꼈다”고 말한다. 그 체험은 철이라는 재료와 만나며 하나의 형상으로 또 하나의 구조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전시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작품은 ‘가시 면류관’이다. 황동과 철을 엮어 만든 이 작품은 실제 예수의 고통을 재현하기보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면류관을 상기시킨다.
[Requiem]
쇳조각 위에 놓인 기도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위로에 관한 이야기
어느 날, 쇳덩이 하나가 예수의 얼굴로 다가왔다. 작가 구본원은 한동안 버려진 철과 대화하며 그 안에서 형상을 길어 올렸다. 첫 번째 작품 ‘왕의 침묵’은 말의 두상으로, 말이라는 동물 안에 인간성과 위엄, 침묵의 고요함을 새겼고 그 조형 언어는 이번 개인전 「레퀴엠」에서 더욱 깊어진다.
작품 대부분은 벽면에 설치되어 있으며, 빛이 통제된 어두운 공간 안에서 조명을 통해 부각된다. 날카롭고 무거운 철의 질감 속에서 의외로 관람자는 위로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말하는 “썩지 않을 면류관을 향한 기도”가 이 조각 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작품 설명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어두었다.
“썩지 않을 진정한 면류관을 위해, 주님의 뜻 안에서 승리하게 하소서.”
이는 신앙 고백이기보다는 존재의 질문에 대한 성실한 태도처럼 읽힌다. 철을 자르고 구부리고 용접하는 반복된 행위 속에서 그는 하나의 형상 너머의 침묵과 대면하고 있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프로젝션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된다. 그 안에는 쇳덩이, 스파크, 그리고 점점 하나의 형상으로 응결되는 가시 면류관이 있다. 영상 위로 겹쳐진 스피커 형태와 이미지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소리 없는 기도’를 경험하게 한다.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하지만 이 전시의 레퀴엠은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찬가처럼 느껴진다. 우리 모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면류관을 쓰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리고 작가는 그 면류관을 철이라는 재료로 보여주며, 그 안에서 고요히 속삭인다.
다이아몬드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