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y Gomley Lost Subject,1994 Lead,Fiberglass and air.37× 149 ×228cm
Antony Gomley Lost Subject,1994 Lead,Fiberglass and air.37× 149 ×228cm

 

[아츠앤컬쳐] 납과 유리섬유, 그리고 공기로 구성된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1994년 작, <Lost Subject I.> 그것은 단순한 인간 형상의 조각이 아니다.

그는 비운다납의 묵직함 속에 공기를 불어넣고, 형태를 만들되 실체를 지운다보이지 않음의 윤곽을 만듦으로써 오히려 존재를 드러낸다조각은 그 안을 들여다보게 하고, 공간은 몸과 정신,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비춘다곰리는 1970년대 인도와 스리랑카를 여행하며 불교와 동양철학에 심취했다그의 조각은 언제나 공간’, ‘정신의 삼각구도를 이루며 관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몸은 공간이 되고, 공간은 곧 존재를 둘러싼 거대한 질문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곰리를 처음 조각가가 아닌 무용의 무대에서 만났다2005, 아크람 칸과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가 협연한 전설적 무용작 Zero Degrees. 곰리는 그 작품에서 생명 없는 두 개의 더미(dummy)를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인간과 같은 형체, 그러나 생명 없는 오브제는 두 무용수가 표현한 정체성과 분열의 서사에 강한 조형적 긴장을 부여했다

그는 2011, 무용 공연의 무대 미술로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했다물론 그는 이미 1994년 터너상을 수상한 조각가였지만나에게 그의 진가는 오히려 무용과의 협업을 통해 빛났다.

그의 작업 바벨은 5개의 철재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기능성과 간결함, 구조적 긴장감 속에서 상징은 또렷해지고그 안에서 움직이는 몸은 또 다른 서사를 직조한다.

곰리의 예술은 언제나 무언가가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그 물음은 나를 춤추게 한다조각과 K-pop현대무용과 서커스가서커스와 오페라가 서로를 만나고 넘나들며 더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술은 결국, 서로를 향한 연결의 방식이다그 연결의 틈에서 나는 움직이고다시 무대를 만든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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