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강원도 속초의 바닷바람 속에서 한국현대미술은 또 하나의 파장을 일으킨다. 국내 최대규모의 미술관 순회 기획으로 주목받는 ‘STO. 한국현대미술 미술관 프로젝트’가 그 여섯 번째 전시를 속초 ‘피노디아(PINODIA)’에서 개최한다. 단지 한 번의 전시가 아닌, 지속성과 철학을 담은 예술 순례의 한 장면으로서 이번 속초전시는 특별한 문화적 지형과 상호 작용하며 , 한국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깊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피노디아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속초 피노디아는 기존의 갤러리나 전통 미술관과는 다른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예술과 일상의 접점으로 실험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동해의 해안선을 마주한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과 관객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살아있는 예술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바로 이점에서 제6차 STO프로젝트의 방향성과 강하게 맞물린다.
이번 전시는 ‘ 공간의 변화가 예술의 의미를 바꾼다’는 원리를 실천적으로 증명한다. 미술관이란 단지 작품을 전시하는 네모난 흰 벽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 풍경과 사람이 함께 공명하는 실천적 장(場)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노디아는 그 ‘공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드문 장소이다.
STO의 철학과 피노디아의 공간이 만날 때
STO프로젝트는 단순한 미술 순회전이 아니다.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치른 작가만이 참여할 수 있다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동시에 재확인하고자 하는 실험적 제도 장치다. 학연 이나 지연이 아니라, 기록과 작업의 완결성이 작가의 자격이 되는 구조는 기존 미술계의 서열화된 시스템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기도 하다.
이러한 STO의 기획이 피노디아에서 열리는 의미는 남다르다. 예술이 제도와 문화 권력으로부터 탈주하여, 자연과 삶, 장소와 감각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실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작품은 이제 ‘피노디아’라는 공간적 조건 속에서 해석되며, 그 의미는 단순히 미술관 안의 ‘작품’에 머물지 않고 도시와 바다, 기억과 몸에 이식되는 감각의 사건으로 확장된다.
속초의 문화 생태와 현대미술의 상호작용
속초는 단순한 해양도시가 아니다. 실향민의 정착지, 분단의 2지리, 설악산의 숭고, 그리고 해양산업과 관광의 경계에 놓인 복합 도시다. 이러한 다층적 성격은 현대미술이 탐색하고 사유하기에 더업이 풍요로운 배경이 된다. 이번전시에서 일부 작가들은 속초의 바다와 피란민의 기억, 설악의 암석질감, 항구의 소음 등을 예술적 재료로 삼았다.
피노디아에서의 전시는 속초의 지역민들에게도 새로운 예술 체험을 제공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현대미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은 예술의 권우를 해체하고, 문화의 일상화를 이끈다. 이와 동시에 한국미술은 특정 대도시 중심의 폐쇄적 순환고리를 넘어서, 지역과의 감응적 관계를 실천함으로써 ‘미술의 공공성’을 회복해 가는 중요한 사례를 만들어 낸다.
한국현대미술의 순례, 피노디아에서 남긴 울림
속초 피노디아에서 열린 제6차 STO전시는 단순히 한 지역에서 열린 미술전시를 넘어서, 예술의 구조 자체를 다시 묻는 담론적 장치로 작동한다. 예술은 어떻게 장소를 바꾸고, 작가는 어떻게 기록으로 존재를 증명하며, 도시와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반영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이제 미루어 답할 수 없는 한국미술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속초의 피노디아는 그 질문에 대한 시적이고도 지역 정치적인 응답을 공간 전체로 말하고 있다.
예술, 다시 파도처럼
동해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흐름
STO프로젝트는 한국현대미술이 ‘제도’에 갇히지 않고, ‘삶’으로 향하고자 하는 거대한 실천이다. 그리고 속초 피노디아에서의 이번 전시는 그 실천의 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예술이 삶의 깊이와 만날 때, 그것이 어떻게 도시와 인간, 기억과 미래를 다시 쓰는지를 웅변한다.
2025년, 한국현대미술은 피노디아에서 질문을 남긴다. 예술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간결한 대답은 이 전시 자체일지도 모른다. 예술은, 지금 이 바닷가 미술관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오늘의 사건이 아닌, 내일의 역사가 된다.
피노디아 미술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