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a Zariņa-Zemane

Paula Zariņa-Zemane, Stories in my eyes (5), 50x40cm, oil on canvas, 2024
Paula Zariņa-Zemane, Stories in my eyes (5), 50x40cm, oil on canvas, 2024

[아츠앤컬쳐] 최근 라트비아 문화부의 후원으로 리가에서 한국과 라트비아의 네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필자가 진행 중인 큐레이토리얼 리서치의 일환으로, 한국 사회에서 문화적 요인과 결합된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a)’를 주제로 삼는다. 리가에 머무는 동안 여러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는데, 그중 파울라 자리냐-제마네(Paula Zariņa-Zemane)의 작업이 기억에 남았다.

그녀는 보이는 세계와 직관의 세계, 즉 인식의 경계에 존재하는 감각을 회화의 언어로 탐구해 온 작가다. 〈Stories in My Eyes〉(2024)는 이러한 태도가 가장 응축된 회화로, 화면 전체를 채운 짙은 브라운 톤 위에 흐릿한 제스처들이 얇게 스며들며 형태는 완성되기 직전의 상태로 머문다. 그 선들은 인체의 곡선을 암시하면서도 금세 풍경이나 그림자처럼 해체되고, 마치 빛의 잔상처럼 한순간의 감정만이 흔들리듯 남는다.

파울라는 라트비아 예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10여 년간 ‘넓은 제스처와 미묘한 톤의 관계’를 통해 감각의 서사를 구축해 왔다. 그녀에게 색은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매질이며, 갈색의 깊은 층위 속에서 변주되는 빛의 농도는 인간 내면의 정서를 시각화한 듯한 울림을 전한다. 결국 <Stories in My Eyes>는 한 개인의 시선을 넘어 ‘보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회화적 성찰로,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완성되는 열린 서사로 남는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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