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객석, 멈춘 시장… 누가 클래식을 움직일 것인가
런던·베를린의 변화를 지나, 대학로에서 시작된 새로운 실험
[아츠앤컬쳐] 클래식 공연은 왜 여전히 어려운 예술로 여겨질까? 정해진 복장, 조용해야 하는 객석, 생소한 외국어, 낯선 형식.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은 배경지식 없이는 즐기기 어려운 장르, 아는 사람만 아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층이 특정 세대로 고정된 채, 새로운 세대의 유입은 정체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Royal Opera House)의 ‘ROH Live Cinema’다. 클래식 공연의 권위와 형식을 고수하는 대신, 오페라 실황을 전 세계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관객에게 ‘팝콘을 먹으며 오페라를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공연장의 문턱을 영화관의 문턱으로 대체함으로써, 젊은 관객층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은 ‘디지털 콘서트홀’이라는 고화질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과 소통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전통적인 무대 중심 문법에서 벗어나, 플랫폼 중심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파리 필하모니의 ‘청소년 오픈 세션’, 핀란드 헬싱키의 ‘클래식 클럽 나이트’처럼 오페라와 심포니를 카페·클럽 등 비전통적 공간으로 가져가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클래식은 ‘보는 공연’에서 ‘경험하는 문화’로 그 성격을 바꾸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실험이 시작됐다. 서울 대학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코믹 오페라 <대학로 세비야의 이발사>는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국내형 시도다. 클래식 전문 기획사 ㈜비다엠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이 작품은 로시니의 고전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로, 전곡 한국어 가사 작업, 정통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의 협연, 현실 풍자와 MZ 유머가 녹아든 대사와 연출을 통해 클래식에 대한 진입 장벽을 허문다. 특히 팬텀싱어 출신 성악가들과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장르의 경계를 허문 시도는 클래식 입문자와 마니아 모두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이번 작품은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국내외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고전의 음악적 아름다움은 유지하되, 형식은 더 가볍고 자유롭게 바꾸는 방식. 정장과 구두 없이도, 해설 없이도 누구나 웃으며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기존 클래식 애호가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으로, 입문자에게는 친근한 첫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클래식의 본질은 지키되, 형식은 바뀌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그 실험이 시작되었고, 지금 대학로에서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클래식을 움직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마도 바로 이런 무대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비다엠엔터테인먼트는 <세비야의 이발사> 외에도 <김현철의 유쾌한 오케스트라>, <춤추는 관현악>, <루이스초이와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 융합 공연을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2025년부터는 대학로 상설 공연장을 기반으로 클래식 콘텐츠의 일상화에 도전하고 있으며, 공연과 관객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대화 프로그램, 체험형 이벤트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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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25년 3월 14일~2026년 3월 4일 장소: 유니플렉스 3관 시간: 수~금 19:30/토 15:00, 18:00/일 15:00 티켓: 전석 77,000원 문의: ㈜비다엠엔터테인먼트 02-6951-58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