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적 신비함 그대로

베르자스카 계곡
베르자스카 계곡

[아츠앤컬쳐] 늘 동경해 왔던 산속 계곡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곳 Verzasca(베르자스카) 계곡에서 본다. 그것도 상업 도시 밀라노로부터 이리 가까운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독특한 자연 풍광을 맞닥뜨리니 더욱 놀랍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한번 베르자스카 계곡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밀라노의 몰디브’라는 별명을 붙이며 감탄을 연발한다.

베르자스카 계곡
베르자스카 계곡

솔직히 섬 국가인 몰디브의 이미지와는 상관없는 깊은 산속 계곡 풍경이지만 계곡물이 너무 맑고 그 색깔이 몰디브 바다처럼 예뻐서 그리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베르자스카 계곡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별칭이다.

밀라노에서 가깝고 또 밀라노의 몰디브라는 별칭에 근거하여 필자는 베르자스카 계곡이 이탈리아 영토인 줄 알았다. 그러나 밀라노에서 꼬모(Como)를 거쳐 북쪽 방향으로 120km, 2시간 남짓 소요되는 이 계곡은 스위스 국경 검문을 통과해야 도착할 수 있는 엄연한 스위스 땅이었다.

폰테 데이 살티 다리에서 내려다 본 풍경
폰테 데이 살티 다리에서 내려다 본 풍경

물론 이탈리아어가 주요 언어로 소통되고 유로도 불편함 없이 사용되지만 스위스 프랑(CHF)이 주요 통화로 쓰이고 스위스 정부에 의해 운용되는 스위스 국경 산속 마을. 이탈리아보다 훨씬 비싼 물가가 스위스임을 실감케 한다.

베르자스카 계곡 옆 숲길
베르자스카 계곡 옆 숲길

온전히 이탈리아 호수로만 알았던 마조레(Maggiore) 호수 북쪽 끝에서 이 계곡의 산맥은 시작된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산길 바로 양옆으로 알프스산맥에 해당하는 높은 산들이 짙은 녹음으로 길을 안내한다. 그 짙은 나무숲 바로 밑으로 박력 넘치는 크고작은 바위들이 오르막 산길을 따라 무수히 펼쳐진다. 오랜 세월 세차게 흐른 물흐름의 흔적이 바위의 독특한 모양과 색깔로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 위를 흐르는 알프스의 물 색깔도 바위들의 아름다움에 걸맞게 신비함마저 감도는 깊은 에메랄드 쪽빛과 터키 보석색의 향연이다.

베르자스카 계곡
베르자스카 계곡

솔직히 지금까지 이처럼 아름다운 산속 계곡은 처음이다. 사진이 이 계곡의 아름다움을 반도 표현하지 못해 참 아쉽다. 아름다운 바위 계곡물을 따라 이어지는 멋진 침엽수 숲길도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 트레킹과 카약을 즐기는 여행객에겐 정말 최상의 장소이다. 더욱이 수심 깊은 잔잔한 계곡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귀한 장면도 볼 수 있다.

폰테 데이 살티(ponte dei salti)다리
폰테 데이 살티(ponte dei salti)다리

베르자스카 계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구간은 폰테 데이 살티(Ponte dei Salti)로,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뛰어내리는 다리’라는 뜻으로 높은 다리에서 깊은 계곡물로 다이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여름에도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 유유히 물 안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고 그저 바위에서 선탠을 하거나 발만 물에 담그며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없어 다이빙 시도를 하지 못했지만, 다음번엔 두꺼운 다이빙 복장을 갖추고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베르자스카 댐
베르자스카 댐

베르자스카의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은 영화 007의 그 유명한 댐에서의 번지 점프의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이곳 베르자스카 댐에서 촬영되었음을 알고 정말 놀랐다. 러시아의 한 댐이라고만 전해졌던 그 장면이 실은 여기 베르자스카 댐에서 촬영된 것이다. 높이 220m, 넓이 380m에 달하는 거대한 이 댐은 1957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965년에 완공된 댐으로 스위스에서는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댐이다. 베르자스카 산골 보고르노(Vogorno)라는 마을에 형성된 이 댐은 한없이 잔잔한 보고르노 호수를 품고 베르자스카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밀라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어 가까운 스위스 국경 베르자스카 계곡 마을들을 돌아보길 바란다. 밀라노 도시도 보고 또 그 정반대의 자연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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