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harmonie de Paris
Philharmonie de Paris

[아츠앤컬쳐] 우리나라와 프랑스는 어느덧 성큼 가까워졌다. 2015년과 2016년 두 해에 걸친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한불 상호 교류의 해 130주년을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 낭트, 마르세유, 리옹, 릴, 니스, 리모주 등 프랑스 전역에서 흥을 더했다. 대표 기관들을 열거하자면, 현대무용으로 정평이 난 대규모 국립샤이오극장, 파리시의 가을 축제의 주축인 파리시립극장,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메카인 퐁피두센터, 프랑스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 라이프 스타일)’을 집대성한 아르데코 장식미술관, 리모주 국립도자기박물관 등 주요 국공립기관을 비롯하여 공연장, 전시장, 영화관 등 상설기관 외에도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지역 축제는 물론 시민들이 평소 즐겨찾는 일상 공간 등에서 폭넓고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성공리에 막을 내린 한불수교의 해에 이어서 올해는 콜롬비아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Los niños de las orquestas Demos de Francia y Jóvenes de Colombia Foto: Ava du Parc
Los niños de las orquestas Demos de Francia y Jóvenes de Colombia Foto: Ava du Parc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파리지엔느?》 《프랑스어를 쓰지 않고 영어로 길을 물으면 길 안내는 해주지 않고 불쾌감을 드러낸다던 프랑스인들》, 어디 그뿐일까요? 《베레모를 쓴 마른체형의 프랑스 중년 남성이 바게트를 들고 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클리셰(Cliché-클리셰는 본래 인쇄 연판(鉛版)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의미에서 파생하여 미리 만들어 놓은 기성품처럼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는 ‘틀에 박혔다’라는 한국어 관용구와 어원이 똑같다. 영어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도 어원이 같은 뜻이다)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모든 고정관념들은 과거의 잔재들이라 할 만큼 오늘날 프랑스는 변화하고 있다. 그들은 유럽의 심각한 경제위기 한가운데에 있었고, 아직 회복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우연히 들은 표현이 인상적이었기에 인용해 보면 사르코지 대통령 집권시기에 프랑스의 경제상황을 《산소호흡기를 꼽고 누워있는 환자》로 비유했었다.

마크롱과 후안
마크롱과 후안

2017년 프랑스는 의욕적으로 프랑스와 콜롬비아의 수교 기념축제를 개최하였다. 일차적으로 지난 2016년 12월에 콜롬비아에서 프랑스 문화행사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까지 진행되었으며, 바톤을 이어받아서 올해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프랑스 내 콜롬비아의 해로 음악, 미술, 연극, 공연, 문학, 미식 등 풍부한 문화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Los niños de las orquestas Demos de Francia y Jóvenes de Colombia Foto: Ava du Parc
Los niños de las orquestas Demos de Francia y Jóvenes de Colombia Foto: Ava du Parc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하여 수교 행사를 하기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 이번 콜롬비아와의 협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는 2009년 브라질과의 수교 행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남미국가이다. 이번 프랑스-콜롬비아 수교의 행사가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풍문에 의하면, 멕시코와의 수교기념이 엎어지면서 콜롬비아로 시선이 옮겨졌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2017년 프랑스와 콜롬비아의 수교를 기념하는 해로 2017년이 확정된 것은 2015년 1월 26일 콜롬비아 대통령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였다. 양국의 대표가 만나서 서로의 친선을 두텁게 하고, 외교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도 긴밀한 상호 교류관계를 맺자는 의의에서 시작되었으며, 잉스티튜트 프랑세(Institut Français)는 전문기관답게 발빠르게 이를 구체화하였다. 참고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펭귄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프랑소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였다.

Los niños de las orquestas Demos de Francia y Jóvenes de Colombia Foto: Ava du Parc
Los niños de las orquestas Demos de Francia y Jóvenes de Colombia Foto: Ava du Parc

이번 수교의 해를 기념하고자, 총 700개 이상의 협력행사가 문화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교육, 과학, 최첨단 기술, 경제, 스포츠 및 식문화까지 광범위하게 기획되었다. 프랑스의 문화부와 외교부의 공동 산하기관인 잉스티튜트 프랑세(Institut Français)는 매 수교 기념행사를 실질적으로 기획, 운영하는 국립기관이다. 프랑스문화를 세계에 홍보하고, 더불어 타국의 문화를 적극 프랑스 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프랑스 문화원, 유학 전문 기관인 캠퍼스 프랑스와 프랑스어 전문교육기관인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상위기관에 해당한다.

참고로, 콜롬비아에 진출한 프랑스 회사는 무려 150여 개가 넘으며, 콜롬비아의 130여 개 대학과 프랑스 대학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프랑스어를 교육하는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çaise)가 콜롬비아에 무려 12개 운영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서울에 두 개, 부산, 대구, 진주, 광주, 인천 등 총10여 개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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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2017년 6월23일에 열린 이번 프랑스 내 콜롬비아의 해 개회식을 상징하는 클래식 콘서트였다. 파리의 북동부에 위치한 라빌레트 공원 내의 파리 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만나 양국의 친선을 위한 축제를 기념했다. 이번 콘서트는 철저한 양국의 협의와 협력에 의해서 준비되고 진행되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콘서트의 프로그램은 프랑스 곡과 콜롬비아 곡이 절반씩 구성되었다.

concert_binational france colombie philharmonie
concert_binational france colombie philharmonie

특히 양국의 어린이 오케스트라단의 협연이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의 ‘데모스(Démos)’와 콜롬비아의 ‘차세대단원들(Jovenes de Colombia)’이 바로 이번 개회식의 문을 열었다. 이들의 연령대는 7세부터 17세이다. 콜롬비아는 1990년대부터 가난과 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음악을 선택하여 정책적 지원을 강화했다. 이에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악기연주를 가르치고 오케스트라를 결성하여 교육하고 후원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09년부터 파리 필하모니에서 데모스(Démos)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어린이 오케스트라단을 결성하였다. 익숙한 곡들이 나오자, 관객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미 특유의 흥이 넘치는 콘서트홀은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몇몇 관객들만 참여했던 춤바람에 마지막에는 거의 전 관객이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손뼉을 치는 그야말로 흥이 넘치는 개회식이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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