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e Pompidou
Centre Pompidou

 

[아츠앤컬쳐]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이 한국 분관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화계 빅 뉴스다. 파리 퐁피두 미술관 옆 드넓은 광장에서 여러 젊은이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행위하고 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그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파리라는 도시의 위대함의 증거 중 하나다.

퐁피두 콜렉션보다도 퐁피두 센터 광장의 문화가 퐁피두 서울 분관 옆 광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한 도시 생활이 될 것같아 기대가 크다.사람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자신감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때로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기대며 그 시간과 시기를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

파리 퐁피두 광장은 힘든 파리지앵들에게 분명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누구나 외롭다고 느낄때면 퐁피두센터행 지하철을 타고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그는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해프닝과 마주치게 된다. 그것도 해프닝은 하나에 그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광장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지루하면 몇 걸음만 옮기면 된다.

우리로 치면 홍대앞 주말 거리 풍경 정도가 가장 가깝다고 하겠다. 홍대앞 거리 문화도 서울을 살아가는 즐거움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은 주말 오후로 한정되어 있고 종류도 음악 위주이며 그 음악의 종류 또한 유사하다. 이제 시작이니 홍대앞 거리 문화가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퐁피두 서울 분관은 2017년 3월로 예고되고 있다. 퐁피두가 아시아에 분관을 세우는 것은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서울이라는 점에서 너무 반갑다. 이것을 성사시키고 센터 관장을 맡게될 서순주 박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퐁피두 해외 분관은 2015년 스페인 말라가에 개관된 전례가 있다. 말라가 퐁피두는 대형 건물은 아니다. 한국 퐁피두 서울도 약 6,000㎡(1,800여 평) 규모로 그리 크지 않게 사대문안의 기존 건물을 이용해 개관된다는 소식이다. 파리 퐁피두는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설계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피아노는 2015년 1월 준공된 서울 KT 광화문 신사옥을 설계하기도 했다. 젊었을 때의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퐁피두 건물은 기존의 파리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리와 초대형 파이프로 만든 공장 건물 같다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파리 사람들을 포함해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유명한 건물이 됐다.

이처럼 특정 콜렉션보다 건축물 자체로 더 유명한 퐁피두가 서울에 특별한 건물을 세우지도 않고 기존 건물을 빌려 분관을 세운다는 것은 의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 퐁피두 개관이 반가운 것은 새로운 건물이 있건 없건 우린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퐁피두 서울은 바로 내년 3월부터 우리에게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 등 퐁피두 소장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들 대가들 작품을 정해진 1~2달의 특별 전시기간만이 아니라 원할 때면 언제든지 가볼 수 있다는 것은 퐁피두가 우리나라에 주는 큰 선물로 느껴진다. 실제로 즉시 가기 힘들더라도 언제든지 원할 때는 가볼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의미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과는 천양지차이지 않는가.

물론 퐁피두로서 1점이라도 아까운 작품을 100여점이나 서울 퐁피두에 내주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퐁피두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 분관을 택했다. 퐁피두의 즉 프랑스 문화의 아시아에 대한 진출 기지로 서울을 택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프랑스인들도 우리나라 서울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어느 정도 인정한 점에 다소 뿌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K-Culture 수출을 수시로 외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프랑스를 포함에 다른나라에 어떤 미술관 박물관을 수출할 수 있나를 생각할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요즘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배우 송중기가 아시아를 흔든다고 하니 힘이 되기도 한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r e s idpent@k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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