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우리나라에 있는 로댕의 조각품 ‘생각하는 사람’이 새롭게 갈 곳을 생각 중이다. 이 조각이 서 있었던 삼성그룹 소유 건물이 부영그룹에 팔렸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그룹에게 모든 의사 결정권이 있지만 과연 로댕 조각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또 어디로 가야 할까.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프랑스)의 ‘생각하는 사람’은 독립작품이기도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원래 그의 ‘지옥문’ 중 일부이다. 삼성그룹은 프랑스로부터 로댕의 ‘지옥문’과 ‘칼레의 시민들’을 구입했다. 이어 1999년 5월 14일 서울 남대문 바로 앞 삼성생명 빌딩 마당에 별도로 5백여 평의 공간에 로댕 조각 상설 전시장으로 건물을 지어 ‘로댕 미술관’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로댕 미술관은 2011년 5월 로댕을 넘어서는 포괄적 개념의 미술관을 표방하며 ‘플라토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로댕 미술관’‘ 플라토 미술관’은 설립 이래 삼성그룹의 문화적 안목과 세련된 기업문화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큰 사랑을 받아 왔다.
로댕의 ‘지옥문’과 ‘칼레의 시민들’이 어느 곳이건 이번에는 야외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간 삼성그룹은 로댕의 두 조각을 아름다운 유리 건물 속에 잘 보관 전시해 왔다. 이것도 분명 하나의 전시 방법이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의 오리지널은 다른 방법으로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의 로댕 미술관 야외 마당에는 ‘지옥문’과 ‘칼레의 시
민들’이 파리의 문화적 자랑거리이자 자존심으로 일년 사시사철 눈비를 맞으며 서 있는 중이다. 파리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로댕 미술관은 로댕이 살아 있을 때부터 작품 활동을 하던 ‘비롱 저택(Hotel de Biron)’을 개조해 로댕 사후 1919년 개관했다. 로댕은 이 저택을 특별히 사랑해 프랑스 정부에 자신의 모든 작품을 기증하는 조건으로자신의 미술관으로 만들어 줄 것을 청원했고, 프랑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다.
로댕은 죽기 전 많은 시간을 비롱 저택에서 보내며 자신의 작품들을 직접 저택의 요소요소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로댕은 ‘지옥문’과 ‘칼레의 시민들’, ‘발자크’ 등 그의 대표작들을 모두 비맞는 야외에 세웠다. 그랬기 때문에 삼성그룹도 로댕을 무조건 야외에 세우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삼성그룹의 ‘지옥문’과 ‘칼레의 시민들’이 삼성그룹이 결정한 새로운 장소에서는 원작자 로댕의 의도대로 이번에는 우리나라 야외의 한 곳에 서서 눈비를 맞으며 한국의 사계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 감상자들을 기다리기를 기대한다.
전권을 가진 삼성그룹이 검토할 수 있는 제1후보지는 서울 한남동 리움일 수 있다. 그런데 리움에는 야외 공간이 충분치 못하다. 2차 후보지로는 용인 에버랜드의 호암미술관 앞 정원이 될 수 있다. 이 앞에는 넓은 호수도 있어 로댕과 잘 어울릴 수 있다. 이 경우가 파리 로댕미술관 앞 정원과 가장 유사하게 가꿔 갈 수 있다. 3차 후보지로는 서울 강남역 인근의 삼성 생명 건물 앞과 대로변 사이 공간에 배치해 모든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감상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강남역 전시가 기업의 사회적 공헌 측면에서는 임팩트가 있다.
삼성그룹이 자체 보유 부동산에 로댕의 적지를 찾지 못할 경우 필자는 예술의 전당을 추천한다. 삼성그룹이 로댕 조각을 예술의 전당에 기부한다면 대 사건이 된다. 10년, 20년 등 장기 대여도 기부로 본다. 필자로서는 ‘칼레의 시민들’을 찻길 대로에서 보았을 때 예술의 전당 정중앙 오페라하우스 정문 바로 앞이 좋다고 본다. 로댕 ‘지옥문’은 예술의 전당 분수광장 옆 오페라하우스 출입구 오른쪽 벽이 좋다. 저녁이면 음악 분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다. 예술의 전당을 찾는 사람들은 그럴 경우 음악 분수의 음악을 배경으로 로댕의 ‘지옥문’을 감상하는 잊지 못할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로댕 조각은 사유 재산이다. 삼성그룹은 전적으로 향방에 관한 고유권한을 가지고 있다. 삼성 그룹은 로댕을 리움에 두든, 호암미술관에 두든, 강남 사옥에 두든, 어떻게 하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멋진 곳을 찾아 멋진 결정을 내리게 될 것으로 믿는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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