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세상에 비극적인 일들이 매일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긴급속보를 통해 우리 눈앞에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 또한, TV 드라마들은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매일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 무선 리모컨의 버튼을 쉴 사이 없이 눌러대며 좀 더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찾아 헤매고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 이런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하드코어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의 작가는 의외의 주인공인데 바로 영국 시인, 작가이면서 배우였던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올해 2014년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 되는 해인데 어떤 이벤트들이 있을까 찾아보니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들이 많이 있는데 리스트들은 인터넷을 5분만 검색해도 자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셰익스피어가 4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얼쩡거릴까? ‘셰익스피어는 인도 하고도 안 바꾸겠다.’라고 영국인들이 이야기할 정도로 자긍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 문화의 변방이었던 영국을 단숨에 문화 선진국으로 만들어버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 당시 해적판이 판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후대에 그의 작품들은 베르디, 토마, 구노, 라이만 등 다양한 작곡자들에 의해 오페라화되었다. 그의 유명세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그의 사생활에 관한 자료들은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간단한 출생지, 결혼 이력과 약간의 에피소드 그리고 직업 정도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긴 시간 여러 세대를 거치며 아직도 우리의 주변 연극 극장, 오페라 극장, 뮤지컬 극장 등에서 모습을 바꾸어 가며 팔색조의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특히, 모두 주인공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쓰고 있는 그의 4대 비극 ‘햄릿’, ‘오텔로’, ‘리어왕’, ‘맥베스’는 전 세계인들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제목들이다.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이 작품들을 읽거나 보거나 감상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으로서 처음 셰익스피어를 접해본 기회가 대학교 시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순전히 데이트용 영화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는데 의외로 끝나는 순간까지 혹시 주인공들이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뭔가 설명하기 힘든 강한 긴장감과 희망, 허무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한데 그 후 3대 테너 중 한 명인 ‘플라시도 도밍고’ 주연의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를 보며 끝나는 순간까지 그렇게 모든 등장인물들을 전부 죽여 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어떻게 선한 사람, 악한 사람, 죄 없는 무고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죽여버릴 수 있을까? 용서도 없고 자비도 없으며 작은 희망도 무참하게 배신해
버리는 이 작품은 얼마 전 종영한 TV ‘오로라 공주’ 주・조연의 생뚱맞고 개연성 없는 죽음 정도는 아니지만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비극에서는 얼마나 주인공들을 죽여 버리는가 하고 덴마크 왕자 ‘햄릿’이라는 작품을 보았더니 뭐 이건 오텔로는 저리가라다. 아버지를 독살한 작은아버지와 결혼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유명한 말을 남긴 이 작품은 ‘사랑과 전쟁’의 10배 정도 강한 드라마이다.
죽은 아버지의 유령과 나눈 대화를 통해 커지는 작은아버지(숙부)에 대한 의구심, 실수로 살해한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성한 사랑하는 여인(오필리아)의 죽음(익사), 여동생과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또 다른 복수심, 햄릿을 죽이기 위한 숙부의 조카 독살 실패는 숙부의 아내이며 햄릿의 어머니인 여인의 죽음(음독)으로 이어진다. 결국, 숙부에게 처절한 복수를 마친 햄릿 역시 결투의 상처로 죽는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등장인물 각각의 죽음은 단순해 보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억울함, 통쾌함, 참담함, 비통함 뭐 이런 말들로는 꼭 집어 설명이 안 되는 뭐 그런 이상야릇한 느낌… 본 사람만이 느끼는 찜찜한 느낌… 음악에서 해결 안 되는 불협화음의 느낌…
이런 자질구레한 설명보다는 그냥 영화든, 소설이든, 대본이든, 연극이든, 오페라든 간에 한번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나머지 비극 ‘리어왕’과 ‘맥베스’ 역시 더욱 많은 시체들이 무대에서 나뒹군다. 그냥 느낌인데 셰익스피어의 머릿속은 온통 핏빛 연쇄 살인범의 뇌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앗! (안 그래도 되는데) 나 역시도 오페라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을 무대 위에서 죽여 버린 적이 있는데… 관객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으면 어떻게 하지? 그렇다면 450년 전 ‘셰익스피어’에게 흘렀던 연쇄 살인범의 피가 나에게도 흐르고 있는 걸까?
신금호
CTS 라디오 ‘펀펀뮤직’ 진행자,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