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식민지의 음식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고유 음식이 제일 맛없는 나라로 손꼽히는 ‘영국’. 현대의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네 나라가 합쳐져 ‘통일된 왕국’의 뜻을 지닌 United Kingdom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불린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전통적으로 초절정 권력다툼의 중심지였다. 특히 헨리 8세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혼문제를 가지고 나라의 종교마저 바꾸며 피의 숙청을 벌였고 그의 첫째 딸 메리 제인(블러드 메리)과 둘째 부인의 딸 엘리자베스 여왕, 스코틀랜드의 여왕이며 친척이었던 메리 스튜어트의 사이의 악연 등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 아니었던가.
그중 스코틀랜드는 과거 유럽 대륙에서 보기에 신비롭고 베일에 싸인 곳으로 여겨졌다. ‘피쉬 앤 칩스’, ‘하기스’ 말고는 뭐 딱히 먹을 거 없는 스코틀랜드이지만 불사의 전설 검객 ‘하이랜더’는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전쟁을 다룬 ‘브레이브 하트’ 등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다.
그리고 매년 여름에 열리는 세계적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의 문화중심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의 원산지이며 백 파이프를 든 전통 군인들의 치마 모양 유니폼 ‘킬트’가 연상되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유독 문학 작품들에서 스코틀랜드는 암울하고 어두운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왜 그런지 잘모르겠지만 이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자주 연주되는 대표적인 두 오페라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셰익스피어 원작이며 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디가 작곡한 ‘맥베스’와 Sir. 월터 스콧 원작, 도니체티 작곡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인데 두 작품 모두 귀족 가문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며 인간의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서, 간단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배경이 된 곳 ‘람메르무어 언덕’은 스코틀랜드 정치수도 에든버러의 남부지역과 잉글랜드의 경계 지역이다. 스코틀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가 이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원작 작가 ‘월터 스콧’은 실제 있었던 귀족 간의 권력이동 중 가문의 존폐가 달린 영토분쟁, 계약결혼, 금지된 자유연애 등 극적인 요소들이 정말 교묘하게 꼬이며 최악의 결말로 끌고 간다. 오페라의 초반부에 윌리엄 왕에서 메리 여왕으로 권력의 이동 중 쇠퇴하는 ‘루치아’의 가문을 살리기 위한 정략결혼은 그 당시 당연하던 정략결혼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가장 짧은 비극인 ‘맥베스’는 장군으로서 가지고 있는 명예와 부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녀들의 예언이라는 작은 끈에 매달려 아버지와 같은 왕과 사랑하는 동료들을 죽이고 권좌에 올라선 맥베스가 용기라는 가면을 쓴 욕망으로 결국 칼로 시작한 권좌는 칼로 망한다는 내용이다. 세상의 정상은 그에게는 지옥이었을 뿐이었다.
한창 세계 언론에 공룡 모양의 괴물 사진이 실리면서 주목을 받았던 스코틀랜드의 가장 깊은 네스호에서는 간간이 괴물 캐릭터를 상징으로 하는 상점들의 간판과 관광청 표지판을 보게 된다. 파리와 로마에 싫증 나 있는 당신을 위해 강력히 권해본다. 그곳에 가면 한때는 잉글랜드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영혼들, 자신의 욕망 속에서 죽어간 장군 ‘맥베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죽어간 불운의 여인 ‘루치아’의 영혼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서울대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