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ain Beu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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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올여름 파리여행을 계획하는 아츠앤컬쳐 독자들을 위한 팁으로 <막심 아르누보박물관>을 함께 둘러보자. 파리지앵들도 잘 모르는 이곳은 관광안내책자에도 좀처럼 소개되지 않은 특별한 장소인 만큼 둘러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우리에게도 커피브랜드명으로 친숙한 막심(Maxim’s)은 파리의 콩코드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 Alain Beu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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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천막이 멀리서도 잘 보이는 이곳은 카페와 레스토랑뿐 아니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외벽과 내부는 전형적인 아르누보 양식이다. 이는 당시 아름다운 파리지앵 여성들과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위하여 고안된 것이다. 1893년 막심 가이아르(Maxime Gaillard)에 의하여 설립된 이후, 100여 년 이상 동안 수많은 셀레브리티가 이곳을 다녀갔다. 정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애용하였다. 마리아 칼라스도 공연 후 막심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막심의 3·4층은 바로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의 아르누보 컬렉션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다.

© Alain Beu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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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르뎅 컬렉션 (Pierre Cardin’s collection)
이곳은 피에르 가르뎅이 60년 이상 직접 모은 컬렉션으로 박물관이 된 것이다. 그는 아르누보 가구의 애호가로서 프랑스 및 해외를 다니며 하나하나 직접 골라서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모은 소장품이 1,000점이 넘는다.

​© Alain Beu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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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르누보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창의성’ 때문이다. 아르누보의 불규칙하고 풍부한 곡선미와 피에르 가르뎅의 기하학적인 패션이 다소 상반된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실은 창의적인 정신을 공유한다. 이처럼 한평생 모아온 컬렉션을 일반인에게 선보인 지 9년이 지났다.

​Pierre-André Hélène​
​Pierre-André Hélène​

한편, 아르누보 박물관의 디렉터인 피에르 앙드레 엘렌(Pierre-André Hélène)을 만나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곳의 취지는 박물관 같지 않은 박물관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직접 가구와 오브제를 만져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처럼 막심 아르누보 박물관에 가면 아르누보 가구를 좀 더 가까이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피에르 엘렌은 관람객에게 직접 가구와 오브제에 대해서 영어와 불어로 설명을 해준다. 그의 해설과 함께 마치 100년 전 파리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1900년대 초 파리지앵 아파트
사실상 이곳의 분위기는 일반 박물관과는 달리 마치 누군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내부를 방문하는 것 같다. 기존에 막심 레스토랑 주인인 막심의 개인 아파트로 사용되었던 3·4층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 공간을 마치 1900년대 초 파리지앵들이 실제로 거주했던 아파트처럼 꾸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운데 식탁이 보이는데, 그 위에는 마치 곧 식사를 시작해도 될 것처럼 테이블을 꾸몄다. 장식장, 소파, 침대, 옷장 등의 가구를 배치해 놓은 형태가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재현해 놓은 것 같다.

© Alain Beu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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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럽에서는 무엇보다 만국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각국의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발전된 기술력을 한곳에 모아 놓은 이 행사는 오늘날 엑스포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 행사를 통하여 당대의 트랜드를 보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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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900년대 초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 바로 아르누보 가구였다. 기존의 유럽 왕실가구가 주도했던 고전적인 가구디자인을 현격히 변화한 아르누보 가구는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에 새로운 트랜드에 관심이 많았던 파리지앵들에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내부를 아르누보 가구와 오브제로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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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 가구
아르누보 가구와 오브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식물과 여인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테이블의 다리 부분을 보면 마치 식물의 줄기를 응용해서 디자인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합판 무늬 장식을 보면, 양귀비꽃, 수련화 등 다양한 꽃을 모티브로 모자이크를 연상케 하는 세공기술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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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브제를 보면 요정을 연상케 하는 여인을 모티브로 한 장식품들이 눈에 띈다. 날아가는 듯한 여체를 조각하여 전등 모양을 연출하거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듯한 여인을 모티브로 꽃병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잠자리나 나비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아르누보 가구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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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프랑스의 루이 마조렐과 에밀 갈레가 만든 다양한 가구 컬렉션, 잠자리를 모티브로 사용한 미국의 티파니 램프, 그리고 스페인의 가우디가 만든 소파 세트를 볼 수 있다. 특히 루이 마조렐의 가구를 많이 볼 수 있다. 루이 마조렐은 에밀 갈레와 함께 대표적인 프랑스 아르누보 가구 디자이너로 손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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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에꼴 드 낭시(Ecole de Nancy)> 출신이다. 그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많은 호평을 받아, 1905년부터 미국과 남미에 가구를 수출하였다. 명성에 힘입어 프랑스의 파리, 리옹, 릴에 각각 자신의 가구를 판매하는 부티크를 갖고 있었다. 이후 1954년에 부티크가 1956년에 아틀리에가 각각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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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세기 초에 전성기를 누렸던 아르누보 가구는 20세기 중반에 많이 잊혀졌다. 그리고 1970년대 들어서부터 새로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 어느 가구디자인보다 독창적인 예술성을 지닌 아르누보 가구는 지금도 꾸준히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 및 유럽의 박물관뿐 아니라, 개인 컬렉터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일본인 컬렉터들도 아르누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막심 아르누보 박물관 http://www.maxims-artnouveau-museum.com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아트 컨설턴트, 파리 예술경영에꼴 EAC 강사
소르본느대 미술사, EAC 예술경영 및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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