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er Mcqueen, 1969~2010

© Sølve Sundsbø / Art + Commerce
© Sølve Sundsbø / Art + Commerce

 

[아츠앤컬쳐] 14가 웨스트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의 거리인 첼시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에서는 아방가르드한 세련미를 물씬 풍기는 중년과 젊은이들의 시원한 차림이 상쾌하다. 예전에는 허드슨 강을 타고 운송된 소들이 포장되던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5개의 미트패킹(meatpacking) 가게만이 남아있고 하이라인파크를 중심으로 뉴욕에서 가장 핫한 거리로 재탄생하였다. 이곳엔 2011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터져나갈 듯 들끓게 하였던 주인공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디자인샵이 있다. 화이트에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그의 낭만적이고도 아방가르드한 화려한 의상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1969년 영국 루이셤(Lewisham)에서 택시기사 아버지 아래 태어난 맥퀸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옥상에서 새 관찰하기와 수중발레를 즐기던 소심한 아이였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16세 양복점에서 견습생일을 시작하였고 다른 이들보다 특별히 빠른 속도로 영국식 고급 테일러링 기술을 습득하였다. 기술을 익히자 지루해진 맥퀸은 런던의 유명 쇼 무대의상을 제작하는 엔젤스 앤드 버먼스(Angels & Bermans)에서 레미제라블 의상 제작에 참여, 역사적 의상 특히 19세기 의상에 눈을 뜨게 된다.

© Sølve Sundsbø / Art + Commerce
© Sølve Sundsbø / Art + Commerce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 석사과정을 통해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하였는데 그때 이미 3차원적인 디자인을 창출해내었다. 맥퀸은 졸업작품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연쇄 살인범인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의 실제 내용에 바탕을 두고 디자인했는데, 패션계에 영향력 있는 에디터이자 스타일리스트였던 이사벨라 블로우(Isabella Blow)의 눈에 띄게 되었고 이후 그녀는 그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이자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기를 꺼리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맥퀸은 2007년 그녀의 자살 이후 극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자살 사건은 3년 후 맥퀸의 자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졸업 후 첫 컬렉션 ‘택시드라이버(Taxi Driver)’에서 선보인 밑이 극도로 짧은 범스터(Bumster)바지는 패션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충격적인 패션쇼를 선보이던 맥퀸은 선동적이고 전위적인, 거칠고 암울한 감성을 소유한 디자이너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패션계의 거대 기업 LVMH가 정체기에 빠진 지방시(Givenchy) 하우스를 구제하기 위해 27세의 맥퀸을 수석 디자이너로 지목하여 또 한 번 패션계를 술렁이게 하였다. 지방시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성숙한 독립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완벽한 테일러링의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강점에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의 결합은 맥퀸 디자인의 뿌리가 되었다.

맥퀸은 영화, 자연, 미술, 역사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영감을 얻어 작품 세계를 펼쳐나간다. 그의 패션쇼는 명확한 개념을 기반으로 한 무대와 모델, 음악, 퍼포먼스 등이 통합된 설치미술이다. 그는 쇼 안에 자신의 스토리를 녹여내어 극적이고 파격적인 쇼를 이끌어낸다. 2011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맥퀸의 전시회 “Savage Beauty”는 그만의 억제되지 않은 강렬한 숭고미와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찰, 경외감, 경이감, 공포, 밝음과 어둠에 대한 변증법적 표현 등과 같은 낭만주의적 감정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담아내었다.

현실세계가 아닌 공상과 환상의 초현실적인 강렬한 감성의 센세이션을 일으키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패션계를 뒤흔들어 놓았던 맥퀸, 인생의 절정을 달리던 그는 2010년 40세 나이에 영국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글 | 장신정
아츠앤컬쳐 뉴욕특파원, 전시 & 프로그램 기획. NYU 예술경영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