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탄데르 산 비센테 데 추쿠리 Santander San Vicente de Chucuri
해마다 5월과 11월이 되면 산탄데르에서는 햇빛에 곱게 반짝이는 다양한 색상의 카카오 열매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콜롬비아 카카오 총 생산량의 4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주로 산 비센테 추쿠리, 카르멘 데 추쿠리(Carmen de Chucuri), 리오 네그로(Rio Negro), 레브리하(Lebrija) 지역의 18,000 농가에서 23,000t의 카카오 콩(Bean)이 생산된다. 카카오 열매는 보통 길이 25cm에 지름 8~10cm의 크기로, 열매를 자르면 하얀 세마포 같은 펄프 안에 카카오 콩이 뽀얗게 싸여 있다. 카카오 열매는 수공예품의 재료로 활용되며, 펄프는 새콤달콤하고 신맛이 나는데 젤리, 캔디 또는 음료로 만들어지며 퇴비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펄프에 싸인 카카오 콩은 일정 기간 발효 후 건조과정을 거쳐 다양한 초콜릿 원료로 사용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나무에 열린 꽃 가운데 수정과정 없이 0.4~0.6%만이 열매를 맺는데 통상 한 나무에 25~50개의 열매가 열리고 열매 안에 25개 정도의 카카오 콩이 담겨 있는데 마치 활짝 웃는 하얀 이처럼 보인다.
카카오는 산탄데르의 대표적인 농산물로 상당 부분 해외에 수출되어 초콜릿 원료로 사용되지만 콜롬비아인들에게는 아침 식사 때마다 옥수수로 만든 아레파(Arepa)와 같이 따뜻한 물에 녹여 마시는 필수음료다. 산탄데르 카카오 중에서도 특히 산 비센테 데 추쿠리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세계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는다. 빌라 모니카(Villa Monica) 농장의 경우 파리에서 개최되는 초콜릿 살롱(Salon du Chocolat)에서 약 50개국이 참가하는 코코아 중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았다.
산 비센테는 부까라망가(산탄데르 주도)에서 약 87km 떨어진 해발고도 692m의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도시로 35,000명이 살고 있다. 이곳은 1852년 산탄데르에 도착한 독일인 게오 폰 렌게르케(Geo von Lengerke)가 유럽과 교역을 위하여 무역로인 렌게르케 트레일을 개척한 곳이다. 이 길을 통하여 산탄데르의 도자기, 밀짚모자 와 입담배, 시가 등을 유럽으로 수출하였고, 유럽에서는 가구 등 생활용품을 수입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렌게르케 트레일은 안데스의 코쿠이(Cocuy) 산기슭을 따라 막달레나(Magdalena) 강을 통해 카리브해에 이르는 마법의 횡단길(Magic Crossing)로 800km나 되는데, 렌게르케는 부까라망가 상인들과의 마찰 그리고 과도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곳의 원주민인 구아네스(Guanes)와 야리구이에스(Yariguies)인들이 이용하였던 열대우림의 길에 돌을 깔아 말과 노새가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하여 물류비용을 절감하였다.
현재는 산 비센테에서 구아네스를 지나 자파토카(Zaptoca)로 연결되는 11km만이 보존되고 있으며 콜롬비아정부는 열대림 보존협약에 따라 500,000ha에 달하는 지역을 야리구이에스(Yariguies)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콜롬비아는 지난 50년간 게릴라와의 내전으로 등산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이곳을 왕래하는 인구가 거의 없어 돌길에는 이끼가 끼고 열대우림의 수목들이 원 상태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푸른 하늘’이라는 의미의 ‘Reinta Cielo Azul’ 조류 서식지에는 약 300여 희귀종의 조류들이 있어 세계조류학자들의 필수 방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 비센테의 오색찬란한 카카오 농장을 거쳐 거대한 물안개 자욱한 산등성이로 올라가 독일인 렌게르케가 개척하고 약 30년간 살았던 안데스산맥의 거대한 열대우림의 비경을 걷다 보면 8시간의 산행길도 짧게만 느껴진다. 아직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렌게르케 트레일은 한국인에게는 중남미 최고의 생태계 여행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거대한 말림 지역을 지나 하얀 벽과 노란 길로 단장된 원주민 구아네(Guane) 마을 산타루시아 교회에 도착하여 마시는 따뜻한 코코아 한잔은 이곳을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생애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글 | 에르네스토 아수에로 파이지에 (Ernesto Azuero Paillie)
현 (주)ⅢMileni 대표이사, Piedecuesta 카카오 농장주, Bucaramanga 성공회의소 이사회 의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