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독일을 대표하는 차세대 주목작가 데이비드 레만(David Lehmann, 1987~)의 아시아 첫 개인전(8.2~9.18)이 서울에서 열린다. 레만은 젊은 나이에 이미 독일의 주요 미술관 기획전에 초대되어 강렬한 색감과 인상적인 터치로 수많은 관객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동년배 작가들이 지켜야 할 기준을 세운 새로운 예술가”로 평가받을 정도로 강렬한 작품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비드 레만의 전시는 ‘이념 밖의 미로’라는 부제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대표 최진희ㆍ최선희), 강남구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의 두 전시관에서 회화작품 45여 점과 드로잉 30여 점 등 모두 75점을 선보인다. 데이비드레만 작품의 특징은 어떤 형식이나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드로잉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회화와 드로잉을 넘나들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레만은 학창시절부터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 연방주에서 수여하는 젊은예술가상 최우수 수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예술가상과 장학금을 독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2019년 독일의 주요 4개 도시에서 ‘독일 이머징 회화 작가 특별 순회전’의 53인 젊은 회화작가 중 한 명으로 초대되었다.
독일의 유명 미술비평가인 라우라 클림트는 레만의 작품에 대해 “단순한 희망을 불어넣기보다는 탈이데올로기적 미로 속으로 우리들을 밀어 넣는다. 문화적 위계질서 따위는 무시한 채 니체(F. W. Nietzsche)와 커트 코베인(Kurt Cobain), 심지어 헤로도토스(Herodotos)와 마돈나(Madonna)가 같은 무대에 서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레만의 작품에는 기존의 조형적 형식을 넘어서는 과감한 조형적 실험정신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를 주최한 초이앤라거갤러리의 최진희 대표는 “34세 나이의 데이비드 레만을 회화계에서는 ‘젊음’과 ‘야생’이라는 단어로 함축하여 표현한다. 그의 회화는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주제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며, 에로틱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고 도발적으로 캔버스에 토해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끊임없이 여러 이념들을 한 화폭에서 조율하며 자유분방하게 동시대적 감성을 직관적으로 재해석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도 데이비드 레만 작가 역시 “예술가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에 자신의 입장을 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특히 포퓰리즘(populism)이나 극우사상에 대항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작품 전반의 첫인상은 다소 성(性)적인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파간다(propaganda)’ 성향이 강해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다른 정신적 깊이가 엿보인다. 평소 니체나 쇼펜하우어 등의 철학에 심취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실제 그림 전공 이전에 2년 간 철학수업에 전념하기도 했었다.
캔버스에서 춤추듯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붓질부터, 솜털의 섬세한 결로 빚은 듯 세심한 붓질이 공존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점이다. 구아슈, 유화물감, 구리 산화제, 스프레이 페인트 등의 다양한 재료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율법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회화 본연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최근 독일 현대회화의 전성기를 이끌어가는 트렌드가 얼마나 큰 매력을 지녔는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작가소개 | 데이비드 레만(1987~)
작가는 독일의 구동독 소도시인 루카우(Luckau)에서 태어나 코트부스(Cottbus)에서 자랐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 발레리 파브르(Valerie Favre) 교수에게 회화를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과 회화 전반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으며, 수많은 예술가상과 장학금을 수여했다.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 연방주에서 수여하는 젊은예술가상 최우수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2019년 독일의 4개 도시에서 진행된 ‘독일 이머징 회화 작가 대규모 순회전시’ 선정하였다. 이후 본, 비스바덴, 함부르크, 켐
니츠의 시립미술관에서 순회 그룹전을 거치면서 차세대 주요 회화작가로 독일 전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한 2020년 쾰른의 초이앤라거갤러리에서 개최된 구동독 출신 작가 3인전을 기점으로 독일의 비중 있는 미술애호가들과 컬렉터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는 코트부스(Cottbus)에서 거주하며 작가로 활동 중에 있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