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홍콩의 아트마켓과 공연시장이 여러 이유로 침체기이다. 홍콩에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3,4 분기에도 아트바젤 주최 측은 홍콩 아트바젤이 우려와는 달리 변함없이 진행된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결국 2020년 3월에 계획되어 있던 아트바젤도 취소되었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코로나19의 위력에 외출도 쉽지 않다. 여행도 외출도 자제해야 하는 요즘,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 감상 기회가 있을까?

아티스트들도 이제는 개인전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대중을 만나기보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기PR도 직접하며 작품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 중에 인스타그램은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작가와 대중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다. 직접 전시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접할 수 있는 작가들이 많다. 그 중, 홍콩 출신으로 뜨고 있는 인스타그램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아티스트 세 사이 페이(Tse Sai Pei)
자스민이라는 본명이 있지만 ‘세 사이 페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일러스트 아티스트. ‘세 사이 페이’의 뜻은 무기력하게 의욕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녀의 예명은 본인 작품 주제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로 홍콩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시니컬하게 작품 속에 담고 있는데 그녀의 작품을 보다 보면 남 일 같지만은 않다. 세계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취업이 힘들어지고 그래서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는 한국의 ‘3포세대(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 젊은이의 이야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묻어난 작품 스토리는 홍콩의 높은 물가와 비싼 집값 및 렌트비를 생각하면 우리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한국도 불경기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인 독립과 생활도 힘들어지는 청년들이 집 소유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5포세대’란 말까지 나온다 하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충이란 홍콩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인 듯하다. 홍콩의 밀레니얼 세대 그 자체인 세 사이 페이의 일상 이야기 속에서 홍콩 젊은이들이 가진 갈등과 고민 그리고 홍콩의 문화를 아프면서도 재밌게 엿볼 수 있다. @tsesaipei

2. 아티스트 가가마(Gaga Ma)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과 석고로 만들어진 조형물과 같은 고전적인 방법만을 이제는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다. 예술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작품을 펼치는 소재나 공간도 다양해지는 것이 현대예술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런 현대예술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녀의 작품은 확실한 예술 그 자체다. 타투이스트인 가가마는 사람의n몸이 캔버스이다. 몸에 그려진 타투를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녀의 작품을 보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부드럽고 우아한 라인이 특징인 그녀의 작품들은 영국 컨템퍼러리 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떠오르게 한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와 에곤 실레(Egon Schiele)에게서 영감을 받는다는 그녀의 성향은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슬픔과 절망을 가진 캐릭터들, 관능적 욕망, 남녀의 사랑 등의 주제로 다양한 그림들이 사람의 살결 위에 고운 곡선으로 아름답게 표현되는데 타투도 예술의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게 한다. 그래서 타루를 평생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사듯이 그녀에게 타투를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인스타그램으로 이 주소를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을까? @gagamama

3. 아티스트 렉스 쿠(Rex Koo)
아티스트 렉스 쿠는 홍콩에 있는 애플 스토어와 시티플라자(CITY Plaza) 등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제품을 직접 디지인하고 본인의 아트북도 출간한 실력파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 소재는 홍콩 영화 ‘화양연화’의 주인공이나 이소룡 혹은 고전작품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같은 캐릭터들인데 코믹 책이나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은 색감이나 표현에 있어 유쾌함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의 주된 공통점은 유머와 사랑이다. 그래픽 디자인 작품도 많지만 만화 같이 종이로 전달되는 아날로그식 그림의 감성을 추구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만화적인 형식으로 짧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시도할 것이라 한다. @rexkoo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