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거리나 건물 벽에 낙서하듯이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그래피티 아티스트라 한다.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처럼 그래피티 형식을 빌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거리예술로 인지도를 얻어 여러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인베이더(Invader)’와 같이 성공한 그래티피 상업 예술가도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당연히 뱅크시(Banksy)다.
다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 중에는 뱅크시처럼 지속적으로 반전, 기아, 반핵, 환경문제, 국가 인권탄압 같은 인류 공통 문제를 날카롭게 제시한 아티스트가 없다. 그의 문제 제기 방식인 그래피티에는 예민한 주제와 더불어 위트도 담겨있어 통쾌함과 더불어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래서 뱅크시의 사회 풍자적 작품은 (비공식적으로) 포스터나 마크넷 등의 기념품으로도 많이 제작된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을 추모하며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 남겼던 작품이 복면을 쓴 용의자들에게 도난당했다. 벽에 남겨진 그의 작품을 가져 가기 위해 용의자들이 휴대용 전동 공구로 벽을 떼어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파리 시민들의 실망감은 뉴스를 타고 전파되기도 했다. 런던 여기저기에서 뱅크시가 남긴 작품 여러 개가 벽채로 도난 당하거나 행인들에 의해 훼손되기도 했다. 그래서 거리 벽에 그려진 그의 작품 일부는 지자체나 이웃들에 의해 두꺼운 아크릴판으로 커버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술계를 흔들어 놓은 사건은 소더비 경매 해프닝을 들 수 있다. 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5억 원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 ‘풍선과 소녀’를 낙찰과 동시에 작품 속에 숨겨져 있던 파쇄기로 스스로 작품을 파쇄하는 황당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상업적인 미술계와 미술시장을 조롱하듯 이뤄진 그의 파쇄 퍼포먼스는 아이러니하게도 ‘풍선과 소녀’ 작품 가치를 더 올리게 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이 퍼포먼스 후 맥도날드와 이케아 등 여러 기업들은 그의 파쇄된 작품을 광고 포스터 형식에 활용하기도 했다.
미술계의 악동이자 천재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개인전이 홍콩에서 열린다. 타이틀은 “뱅크시: 천재인가 공공기물 파괴자인가?(Banksy: G enius or Vandal?)”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뱅크시 홍콩 개인전은 본인 이름을 걸고 하는 개인전을 모두 거부하며 상업적 활동을 반대해왔던 터라 그의 공식적인 전시는 아니다. 하지만 뱅크시의 다양한 작품들을 구체적 설명과 더불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전시는 2018년부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드리드, 리스본에서 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전시였다.
아시아 최초 도시로 홍콩이 상정된 것에는 홍콩의 정세도 반영되었다. 현재 홍콩은 정치적인 이슈로 정부와 경찰의 과격한 무력 대응에 반하여 시민들의 반권력주의가 팽배하다. 얼굴 없는 예술가인 뱅크시처럼 홍콩에도 숨어서 반권력주의를 그래피티로 항의하는 홍콩 젊은이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가 뱅크시의 전시에 관심을 더 집중시키고 있다. 뱅크시 개인전에 전시되는 대부분 작품은 개인 컬렉터로부터 대여한 작품과 뱅크시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프린트 작품 외에도 그의 스토리와 작품 영상을 담은 비디오와 사진, 설치물 7개와 조각 등 70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런던 소더비에서 파쇄되어 유명세를 탄 ‘풍선과 소녀’와 유사한 작품도 전시되니 눈여겨볼 만하다. 이벤트 공간에서는 뱅크시 개인전을 기념하기 위해 70여 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뱅크시 개인전은 3월 1일까지 ‘Potal 6311’(FL life tower 1층)에서 이루어진다.
■ 주소: FL life tower 18 Sheung Yuet Road, Kowloon Bay Hong Kong
■ 예매정보: banksyexhibitionhk.com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