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LG아트센터가 서울 마곡으로 옮겨 새로 개관했다. 서울에 또 하나의 문화 명소가 생겼다는 차원을 넘어서 LG그룹이 서울의 문화 취약지 마곡 지구에 약 2,5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과감한 문화 투자를 했다는 점에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곡 지구는 서울의 서쪽 끝 김포공항과 한강 사이에 자리 잡은 일종의 작은 신도시다.
서울이라고 모든 지역에 다 충분한 문화 공급이 되고 있지는 못하다. 개발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김포공항 인근이 문화 취약 지구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마곡 지구에 LG그룹이 여러 연구소와 기업들이 입주하는 대규모 사이언스 파크를 운영하게 되면서 서울 강남 역삼동 전철역 인근에 있던 아트센터를 이곳으로 신축 이전하게 된 것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은 10월 13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가 멋지게 첫 개관 연주회를 장식했다. 여기에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서며 1,300여 석의 입장권은 40초 만에 매진됐다. LG그룹이 개관 연주회 지휘자로 사이먼 래틀과 협연자 조성진을 결정한 것은 거의 최상의 조합으로 본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와 협연자를 섭외한 LG그룹의 파워와 아이디어가 실감 난다. 이 개관 음악회에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열성 팬인 어머니 홍라희 전리움미술관장과 함께 참석하고 건물 곳곳을 한참 돌아보며 호평을 한 것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LG그룹이 거액을 들여 세계적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공연장을 지은 것은 당연히 높이 평가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국내 작품 중에서 LG아트센터는 가장 명작 중의 하나로 보인다. 유현준 건축가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안도 다다오 작품 중 전 세계 최고 걸작으로는 일본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이며, 국내 최고 걸작으로는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 지어진 뮤지엄 SAN으로 본다고 했다.
안도 다다오는 뮤지엄 SAN에서 1백만 평이 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건축 면적과 건축 언어를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하며 물에 비추는 실루엣을 마음껏 활용하는 등 건축물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건축물 외관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여전히 한솔그룹 뮤지엄 SAN이 LG아트센터 서울보다 더 아름답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넓은 부지에 비교적 자유롭게 구상된 미술관과 콘서트홀이라는 특정 기능이 있는 음악당 건물을 동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안도 다다오는 특이한 외형보다는 기다란 직선 처마가 전개된 다소 평이하고 점잖은 표현을 택했다. 하지만 LG아트센터의 건축적 매력은 건물 내부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일단 로비에 거대한 사선으로 디자인된 노출 콘크리트는 안도 다다오 특유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이 건축물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외관상 단순해 보이는 콘서트홀 내부에 튜브(Tube), 게이트 아크(Gate Arc),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이라고 하는 3가지 분명한 건축 컨셉을 제시한 것이다.
튜브란 자연과 인간, 과학과 예술이 상호 간에 융합하고 교류하고 촉매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건축물의 외관은 직선이 주도하고 있지만 건물 내부에 거대한 타원형 터널과 곳곳에 진출입로를 만들어 이 속에서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유도한다. 게이트 아크는 처음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콘서트홀의 메인 로비다. 스텝 아트리움은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객석 3층까지 계단으로 관객을 유도한다. 물론 계단 옆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안도 다다오는 개관에 즈음해 “공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자신이 설계한 LG아트센터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건축적 기준으로 안도 다다오의 LG아트센터 서울은 한국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공연장 숫자와 객석 규모가 문제다. LG그룹은 아트센터에 크고 작은 두 개의 공연장을 지었다. 1,335석의 LG시그니처홀과 가변형 365석의 U+ 스테이지다. 차라리 개인적으론 총 대지면적에 제한이 있었다면 1,800~2,000석 세계적 콘서트홀 하나로 정면 승부를 했을 것 같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예술의 전당 이사 역임
차의과학대학교 성광학원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