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아츠앤컬쳐]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사진작가 숀 오코넬은, 아이슬란드의 화산 분화를 찍기 위해 날고 있는 비행기에서 촬영을 하는 등,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 그런데 특별한 ‘아름다운 순간’을 만나면 카메라로 방해받고 싶지 않아,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저 그 순간에 머문다.
작가라면 이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지만, 혹여 잘 모르겠다면 강원도 강릉에 있는 안반데기(안반덕)에 가보자.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은하수 촬영 성지로 손꼽는데,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텐트를 치거나 차박을 하면서, 까만 밤하늘에 가득한 별과 은하수를 촬영하고, 저 멀리 첩첩산중으로 밝아오는 일출까지 촬영할 수 있는 명소다.
빛(달빛이 강한 보름달이나 주변의 인공광)과 구름, 습도와 미세먼지는 은하수 촬영에 가장 큰 방해요소다. 날씨와 일출, 일몰 시간, 달 모양과 달이 뜨는 시간(월별 천문현상https://astro.kasi.re.kr)을 미리 알아보고 갈 때 많은 별과 은하수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안반데기는 해발 1.100 미터에 위치해 불빛이 적고, 대기 질이 맑아 그믐달에 선명한 은하수 촬영이 가능하다. 대개 3월은 새벽 3시~5시가 좋고, 4월은 새벽 1시~3시, 5월은 저녁 11시~3시 그리고 6월,7월,8월,9월은 저녁 9시~3시까지 촬영하기 좋은 시간대이다. 이곳은 사방이 탁 트여 파노라마 프레임으로 은하수를 담기에 좋다.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로 마치 우주 공간 같은 느낌으로 웅장하게 표현하자.
언덕 위의 평평한 땅이란 뜻의 ‘안반데기’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구름 위의 땅’(The land on the clouds)으로도 불린다. 1965년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개간한 곳이다. 현재도 20여 농가가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를 재배한다. 봄과 가을엔 호밀 초원과 감자 꽃이 하얗게 피는 초여름도 좋지만, 배추를 수확하기 전인, 8월 말부터 추석 전후까지 ‘꽃 보다 배추’라는 말이 특히 실감 나는 곳이다.
가파른 비탈과 맞닿은 파아란 하늘과,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는 풍력발전기, 끝없이 펼쳐지는 배추밭의 조합은 마치 CG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만약, 배추밭을 배경으로 멋진 운해를 담으려면 8월 초, 중순이 가장 적기이다. 이 외에도 겨울 설경의 일출 사진도 좋고, 새벽의 여명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런데 모든 풍경은 직접 눈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답다. TV 프로 <나혼자산다>에서 가수 화사가 별을 보러 간 곳이 ‘안반데기’였다.
내비게이션에 안반데기라고 치면 동네가 나온다.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주차장 주소(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2214-94)를 찍고 가면 편리하다. 살면서 별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안반데기에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며 하룻밤 차박 캠핑을 추천한다.
글 | 조아(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