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오재석, 연천 호로고루 23mm  F6.4  1/15s  ISO 200
오재석, 연천 호로고루 23mm F6.4 1/15s ISO 200

 

[아츠앤컬쳐] 유네스코 2관왕을 차지한 경기도 연천은 ‘출사 성지’로 손꼽힌다. 특히 고구려의 옛 성 호로고루는, 연천 지역 출사 1순위로 즐겨 찾는 곳이다. 5~7세기경 백제와 신라에 영토를 뺏기지 않으려고 임진강 절벽 위에 축조되었다고 전해지는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구려 유적이다.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 한, 일명 호로고루 ‘하늘계단’은 계단 구조가 독특하다. 기하학 형태를 부각시켜 흑백으로 촬영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여성의 뒷모습을 서정적으로 담아도 좋다.

해 질 무렵 계단을 따라 성벽 위로 올라가면,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드넓게 펼쳐지고, 임진강이 흐르는 비경을 볼 수 있다.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sunflower>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화면 가득 피어 있는 수백만 송이의 해바라기였다. 호로고루는 영화 속 풍경과 유사해 사랑의 아픔을 그린 로맨스 영화의 추억 여행도 가능하다. 경기북부의 대표적인 호로고루 해바라기 축제의 정식명은 ‘통일바라기 축제’다. 그 의미를 담아 촬영해 보거나, 봄에는 청보리,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황금물결의 보리밭 촬영도 좋다.

연천군은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개체군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의 하나인데 한지에 출력하면 수묵화 느낌이 난다. 연말에 연하장으로 사용하거나 결혼, 회갑 등의 선물로 좋아 각광받는 소재이다. 조류 촬영은 거리가 멀고, 새들이 작아 장망원 렌즈가 필요하다. 초보자라면 카메라 장비 렌탈 숍에서 렌즈를 대여하고, 연천군청 문화체육과에 문의해 두루미 촬영 시기를 정확히 알고 출발하자.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문리의 ‘재인폭포’는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져 제주도의 천지연폭포와 비견될 정도다. 폭포수가 에메랄드빛으로 강수량이 많은 여름이나, 단풍이 폭포를 둘러싼 가을 촬영이 특히 좋다. 또한 전곡읍에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은 동아시아 최초의 주먹도끼가 발견된, 칠백만 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수려한 은빛 박물관의 외관을 담아도 좋고,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 문화를 주제로 촬영하거나, 체험 프로그램도 많아 아이들과 역사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이 외에도 DMZ 트래킹의 평화누리 길 구간인 임진강 주상절리 등을 코스모스와 돌단풍이 만발한 가을에 담거나, 생태환경이나 전쟁과 관련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어 매우 특별한 촬영지이다.

 

글 | 조아(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