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남녀 사이에 발생 되는 사건 사고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형태를 보여준다. 정상적인 사람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상상 속에서 벌어질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면서 순진한 멘탈의 소유자들은 그런 이야기만으로도 꿈에 나타났을 것 같다며 트라우마 시달린다. 예를 들어 극한 경우, 헤어진 여자 친구 집에 쳐들어가서 온 가족에게 칼부림 끝에 가족 구성원 전원 살인한다든가 남편에게 약을 먹이다 먹이다 실패해서 계곡까지 데리고 가서 살해하는 등 하드코어 공포물에서나 등장하는 일들이 현실에서 거침없이 일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하지만 아는 사람 잔혹 범죄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가끔 할리우드 영화 소재로나 쓰일 것 같은 일들이 대한민국의 벌건 대낮에 발생하는데 실제로 부부싸움을 하다 아파트 발코니를 열고 점프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어느 남편 이야기가 시월드에 의해 밝혀지면서 얼마 전 대한민국 정치권의 폭로전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결국 혁신위원장에서 내려오는 일도 있었다. 슬픈 것은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이렇게 자주 나오다 보니 대한민국의 남녀관계는 불신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연애 불능 세대에다가 인구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불에 기름을 부어버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미래가 점점 암울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 남성으로서의 대단한 정체성을 가지고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꿈 많고 열정적이던 2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약간의 연민의 정과 약간의 미안한 마음이 한편에 있다. 과연 언제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적 세상은 올 것인가?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분들도 있고 정의를 실현하자는 분들도 많은데 각자가 신봉하는 정의로운 세상은 각자가 적응하기 쉬운 세상의 정의로 함축된다. 그 체제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어마어마해서 목적 달성을 위한 가짜뉴스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오페라 푸치니의 토스카에 등장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살펴보자.

나폴레옹이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 함락을 위해 로마로 향하는 행진 중 마렝고 전투에서 왕정 수호를 위한 오스트리아군대와 일전을 치르는데 이미 이때 로마의 민심은 흉흉했다. 이탈리아는 더 이상 분열된 나라보다는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의 독립운동이 시작되었고 오스트리아에 영향권에 있던 나폴리 왕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는 전 유럽을 왕정과 종교로부터의 자유라는 명분을 들고 온 유럽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었다. 이런 나폴레옹에 극도로 열광하는 사람들과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들, 실망한 사람들 등등 여러 종류의 심리 상태를 보였다. 베토벤만 하더라도 그에게 열광해 영웅 교향곡을 헌정했다가 자신이 기다리던 영웅이 아니라며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을 정도다. 로마에는 나폴레옹의 패전 소식이 퍼졌고 왕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토스카는 전승 기념 연주회의 독창자로 참여한다. 왕정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로마 공화국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색출해 전부 다 감옥에 처넣고 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스카르피아 남작이었지만 내심 슈퍼스타인 토스카를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왕당파의 희망이 만든 가짜뉴스 덕에 마음을 놓고 있던 왕당파 사람들은 황당한 상황 속에서 급히 피신을 가야 했다. 이렇게 1800년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에도 등장하는 가짜뉴스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미디어가 발단된 21세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이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결국엔 희망 고문일 경우가 허다하다. 주식이 상장폐지 될 거라고 하면 주주들은 회사의 도덕성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불법성에도 불구하고 삿대질과 욕을 하며 자기 재산을 지키기에 목숨을 건다. 오페라 토스카에 등장하는 빌런(악당) ‘스카르피아는 왕정에 순응하고 최선을 다하며 남작 작위를 받은 흙수저 출신의 자수성가형 인간이다. 하지만 매사에 철저하던 그도 한순간의 욕정에 사로잡혀 한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갈 협박, 고문, 회유를 사용하다 결국 목숨으로 죗값을 치러야 했다.

또한 아름답고 교양 넘치는 오페라계의 최고 여가수 토스카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입이 가볍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수다쟁이는 아니지만 뭐든지 속에 품고 있는 성격이 못되어 남자친구인 카바라도시조차 토스카에 비밀의 이야기는 터놓고 지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친구에게 말할 정도다. 스카르피아는 이런 토스카의 성격을 알고는 남자친구의 외도가 의심된다며 있지도 않은 상간녀가 두고 갔다며 부채를 보여준다.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는 말 한마디로 토스카의 질투심을 자극해 남친 카바라도시의 별장을 알아내고 결국 피신시킨 탈옥수의 실마리를 찾아 추적에 성공한다. 카바라도시와 토스카는 서로 사랑하지만, 결코 믿지는 못하는 사이라는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친구라지만 오랜만에 눈앞에 나타난 정치범 겸 탈옥수인 안젤로티에게 너무 잘해주고 목숨까지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 때문에 보는 내내 의문부호를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성당지기 수도사는 스카르피아에게 안 해도 될 말까지 하면서 사건의 단서를 제공해 스카르피아가 범죄자 은닉죄로 체포되어 모질게 고문당하고 즉결 처형 처분받게 만든다. 함께 일하던 동료라지만 평소 마리아의 모델로 실제 주변인을 모델로 그리던 점을 불경스럽다며 트집을 잡던 걸 봐서는 평소 감정이 좋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토스카가 의부증 증세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던 카바라도시가 더 문제라고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솔직했던 성당지기는 상황은 악화시켰을 뿐이다. 여기서 눈치라는 게 등장하는데 눈치 없어 와이프에게 일생 구박당하는 남편들은 공감하겠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눈치의 경계인지 모호한 세계에서 적응하며 사는 것도 고욕일 것이다. 이런 인생의 퍼즐에 관한 이야기, 남녀의 사랑에 관한 많은 이론, 도서, 강연자들까지 넘쳐 나지만 결코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끊임없이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과연 가정의 평화는 누가 지켜줄까?

카바라도시는 고문과 협박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고 큰소리까지 치는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토스카로부터 받은 집요한 가스라이팅에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비굴한 변명과 영혼 없는 토스카의 미모 칭찬을 늘어놓는 전형적인 초식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떤 모습이 카바라도시의 진짜 모습일까?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에 빌런 스카르피아는 그렇게 원하던 토스카가 쥐어 든 식사용 나이프에, 카바라도시는 토스카가 스카르피아에게 몸을 바치는 조건 대신 약속받은 공포탄 대신 실탄에 목숨을 잃었고 카바라도시를 떠나보낸 토스카는 성벽에서 뛰어내려 극한 선택의 비극적 결론이라 딱히 물어볼 데가 없다. ‘뭐가 더 괴로웠나?’, ‘스카르피아의 고문?’, 아니면 토스카의 가스라이팅?’

 

글 | 신금호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www.mcultures.com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