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박종호, 태백 심수령, 48mm  F1.7  1/370s  ISO50
박종호, 태백 심수령, 48mm F1.7 1/370s ISO50

[아츠앤컬쳐] 한국을 대표하는 자작나무 촬영지는 인제 원대리, 태백 삼수령, 영양 죽파리 세 군락이며, 이들은 규모와 상징성에서 ‘한국 3대 자작나무 숲’으로 불린다. 인제는 깊이와 대비, 영양은 규모와 웅장함, 태백은 지역 서사와 효율성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와 출사 강점을 지닌다.

이번에 소개하는 태백 삼수령(피재) 자작나무 숲은 인제나 영양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지리적 상징성, 역사적 서사, 고지대 조망의 효율성이 탁월한 곳이다. 태백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박종호 작가는 이곳 자작나무가 지속적인 창작의 원천이다. 작가는 숲의 조형적 질서와 태백 고유의 서사성을 결합해 자작나무를 재해석한다. 자작나무의 수직적 구조로 질서와 웅장함을 부여하고, 흰 수피의 질감, 입체감, 그리고 빛의 붓 터치 같은 색채로 숲의 신비로운 아우라를 구현한다. 순백의 자작나무와 녹색 자연의 조화는 고요하고 관조적인 깊은 감정을 유발하며, 가을 색채는 긴장감을 완화하고 평온한 정서를 불어넣는다. 이처럼 자작나무 숲을 소재로 내면적 위안과 치유의 사진도 가능하다.

성공적인 출사를 위해서는 첫째, 고효율 조망을 통한 드라마틱한 순간을 포착한다. 삼수령은 국도 35호선에 인접하여 긴 트레킹 없이 숲 전경 조망이 용이하며, ‘골든 타임’을 신속하게 가능하다. 고갯길 배경의 ‘로드 스냅’으로 ‘로드 트립’의 서정성을 담아보자. 특히, 운해가 숲 아래로 내려앉는 순간을 광각 렌즈로 포착 후 숲을 실루엣 처리하여 ‘천상의 숲’을 구현하거나, 숲 내부에서 조리개를 조여 빛 줄기(God Rays) 궤적을 강조한다.

둘째, 역사적 서사를 통한 메타포를 극대화한다. 삼수령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분수령)라는 지리적 상징성과 폐탄광 복구 조림지라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자작나무의 흰 수피를 통해 재생, 치유, 희망의 메타포를 담거나, 특히 100mm 이상의 망원 렌즈로 폐광 상징물과 자작나무를 압축 병치(竝置)하여 ‘재생과 치유’의 메시지를 응축하자. 이때 로우 앵글로 수직적 희망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셋째, 고지대만의 광활한 랜드스케이프를 구현한다. 삼수령은 ‘고지대의 광활함’을 편하게 촬영이 가능하다. 매봉산 일대의 풍력발전기, 고랭지 채소밭 등 태백 특유의 요소를 자작나무와 엮어 파노라마 구도로 담자. 자작나무를 전경에 배치하여 웅장한 대비를 만들고, ND 필터를 활용한 장노출 기법으로 움직이는 구름이나 발전기의 역동성을 정적인 자작나무와 대비시키면 독창적인 랜드스케이프를 구현할 수 있다.

 

글 | JOA(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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