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정길주, 명제고택 16mm F10.0 1/100s ISO100
정길주, 명제고택 16mm F10.0 1/100s ISO100

 

[아츠앤컬쳐] 충청남도 논산의 명재고택은 조선 시대 학자 윤증의 숨결이 깃든 곳으로,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정취를 품고 있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준다. 고택 옆에는 웅장한 ‘노성향교’가 고풍스러운 풍경을 더하고, 근처 ‘궐리사’는 정조가 공자의 고향 이름을 딴 ‘궐리’라는 이름을 하사한 곳으로 공자의 학문적 정신을 기린다. 이 공간들은 모두 고즈넉한 정서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어, 한국적 아름다움과 세월의 깊이를 사진에 담아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피사체다.

이 고택을 찾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장독대다. 가지런히 놓인 항아리들은 고택의 본질을 담아내는 상징적인 피사체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한국 고유의 미감이 응축된 이 공간은 사진에 깊은 서사를 부여한다. 빛으로 질감을 살리고, 구도로 이야기를 만들고, 클로즈업으로 세월의 흔적을 담아보자. 장독대를 사진에 담는 세 가지 핵심 방법이다. 먼저, 빛의 활용이다. 역광이나 사광을 이용하면 옹기 특유의 거친 질감과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할 수 있다. 특히, 아침이나 저녁의 빛은 장독에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워 따스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둘째, 구도의 재구성이다. 여러 항아리를 담을 때 조화롭게 배치되는 위치를 찾고, 낮은 앵글이나 높은 곳에서 시도해 보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클로즈업으로 디테일 포착이다. 항아리의 투박한 질감, 표면의 문양, 미세한 균열 등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면 장독이 간직한 고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정길주 작가의 사진처럼, 나무나 잎사귀를 배경에 배치하면 장독대가 놓인 공간의 분위기와 한국적인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장독대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그 매력이 극대화되는 피사체다. 만약 장독대 전체의 웅장함과 공간감을 강조하려면 광각 렌즈(14-24mm, 16-35mm 등)가 적합하다. 정길주 작가는 캐논 16-35mm 줌 렌즈를 활용해 약간의 왜곡 효과로 고요함 속에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포착했다. 그의 사진에는 수백 년의 세월이 응축되어 '지금 이 순간'을 넘어 ‘지나온 모든 순간’의 정수가 담겼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미 수없이 촬영된 장소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 새로운 작품이 가능하다.

명재고택은 출사가 아니라도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잊혔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글 | JOA(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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