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ss(Gustav Klimt)
The Kiss(Gustav Klimt)

[아츠앤컬쳐]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생으로, 금세공사이자 조각가였던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연스럽게 부모님으로부터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1883년 학교를 졸업하게 된 클림트는 자신의 동생인 에른스트 클림트와 동료인 프란츠 마치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화가 활동을 시작한다.

1890년에는 비엔나 국립극장의 실내장식 작업을 하였는데, 이 작업이 황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장식화가로서의 명성을알린다. 클림트의 표현력은 1907년에 완성된 아울리 마그나(빈) 대학의 천장화 3점(철학, 의학, 법학)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클림트의 장식성, 상징성이 작품을 통해 인정받게 된다.

클림트는 이와 같은 특성을 현저하게 드러낸, 강한 독자성을 지닌 화가였다. 이러한 클림트는 결혼하지 않은 채 독신으로 살다 죽었다. 오로지 쾌락과 예술만을 탐미하며 56년 생애를 살았고 그의 여성 편력은 특별했다고 한다. 상대 여성의 귀천(貴賤)을 따지지 않았고, 오로지 욕망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그 누구와도 동거한 적은 없었다. 다만, 클림트는 평생 에밀리 플뢰게와 정신적인 연인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플뢰게는 클림트의 아이를 낳은 적도 없지만 사후에 장례·유산처리인이라는 사실상 배우자와 같은 법적 지위를 얻는다.

이와 같은 사실상 배우자인 관계를 사실혼관계라고 한다. 사실상 부부로서 혼인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혼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말한다. 우리 민법이 법률혼주의를 확립함에 따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사실상 부부와 같은 생활을 하지만,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닌 관계가 성립하기 쉽다.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주관적으로 사실상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며, 객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한 단기간의 동거 또는 간헐적으로 부부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없다. 사실혼관계의 부부는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법률혼부부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부부의 실질적 공동생활을 전제로 하는 부부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는 사실혼부부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즉,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가 존재하며, 부부의 특유재산이 인정되며, 부부의 재산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불분명한 경우 공유로 추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혼인의 효과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것은 사실혼에 적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며, 사실혼의 배우자에게는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사실상의 배우자가 생계를 같이 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법률상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을 상속할 길이 없다면 또 다른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민법은 특별 연고자에 대해서도 상속 재산의 일정 부분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민법 제1057조의2).

Jurisprudence(Gustav Klimt)
Jurisprudence(Gustav Klimt)

클림트는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살았지만, 클림트가 사망하자 사후 양육비 청구 소송이 14건이나 되었다고 한다(실제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생전에도 단 한 명의 아이만 자신의 아이로 인정했다고 들었다. 그는 젊은 날에 매우 유명해졌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청구 소송 중 4건 정도가 실제 양육비를 주어야 한다고 인정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라면 양육비 청구가 가능할까?

최근 A는 B와 교제하다가 C를 출산하였고, A는 C가 출생한 이래로 줄곧 혼자 양육하였다. 10여년 이후 A는 B를 상대로 C에 대한 과거양육비 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B는 재판 중에 사망하였고 B의 상속인으로 B의 현재 배우자 등이 있었다. A는 B가 사망했으므로 B의 상속인들이 자신에게 과거 양육비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우리나라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B의 과거양육비 지급채무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며, 이러한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양육자가 홀로 자녀를 양육한 것이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 내지 동기에서 비롯되었거나 혹은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홀로 양육하고 있는 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그 양육에 관한 비용, 즉 과거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상속인은 상속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민법 제1005조). 즉, 사망자의 신분 승계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특정한 신분을 전제로 하는 권리나 의무는 일반적으로 상속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양육자의 양육자에 대한 과거양육비 지급의무는 미성년 자녀의 부모라는 신분적 지위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원칙적으로 상속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육자가 상대방에게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기본적으로친족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이었던 것이 당사자의 협의 또는 당해 양육비의 내용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됨으로써 비로소 보다 뚜렷하게 독립한 재산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대법원 2011. 7. 29.자 2008스67 결정, 대법원 2011. 8. 16.자 2010스85 결정 참조).

법리상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 법원의 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과거양육비 지급의무는 구체적인 재산상의 채무로 전환되지 않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 또는 의무에 불과하다. 다만 과거의 양육비를 구할 수 있는 권리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의 확정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한 후에만 가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완전한 재산권으로 전환되어 과거양육비 청구권 또는 과거양육비 지급채무는 상속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는 A와 B 사이에 과거양육비 지급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과거양육비 지급채무는 아직 구체적인 재산상의 채무로 전환되지 않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 또는 의무에 불과하여,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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