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Kong city skyline
Hong Kong city skyline

[아츠앤컬쳐] 홍콩에서의 풍수에 대한 믿음은 대단하다. 집 가구 배치 등에 풍수를 활용할 뿐인 우리와 달리 홍콩은 생활 전반을 풍수가 지배한다. 집 설계, 이사, 개업 날짜, 사무실 책상 배치 등 개인적인 것부터 랜드마크가 될 큰 건물을 짓는 것까지 풍수사의 조언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래서 풍수를 빼고는 홍콩 문화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할 정도이다.

풍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디즈니랜드는 건설 당시 건물 하나하나 완공될 때마다 제사를 지냈다. 연회장 사이즈를 결정할 때도 행운의 숫자 8을 넣어서 888㎡로 정했다. 또한 디즈니랜드의 정문이 정면에서 약간 틀어진 이유도 나쁜 기운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홍콩의 아파트나 건물 중간에 ‘ㅁ’자 모양으로 구멍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용문이라고 부른다. 홍콩 도처를 다니는 용의 움직임과 그 기운이 건물에 의해 막히지 않도록 용문을 만드는 것이다. 홍콩에서 풍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Repulse bay feng shui
Repulse bay feng shui

고대 중국 관습인 풍수는 원래 중국에서 발전했지만 중국 문화대혁명(1966~1976,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주의 운동) 때 사회 발전에 반대되는 학문이나 미신들을 파괴하고 금지해 풍수도 크게 쇠퇴하였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지배 하에 있던 홍콩에서는 이 문화가 그대로 보존되고 더 발전하게 된다.

현재 홍콩은 전 세계에서 풍수가 가장 성업하고 발전된 도시가 되었다. 홍콩 풍수 시장에서 움직이는 돈은 연간 30억 홍콩달러(약 5000억 원)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풍수사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공부한다. 최근 10년 사이 그 시장은 더 커지고 있으며 2005년 홍콩 시티 대학에서는 ‘건축에서 풍수’(Feng shui course as part of the Building and Architecture Masters)라는 코스를 개설하기 이른다.

홍콩사람들의 풍수에 대한 연구는 때로는 일반 상식과는 다른 현상을 낳기도 한다. 공동묘지 주변은 살기 꺼려해서 그 일대 집값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집 근처에 묘지가 있거나 뷰가 묘지를 향하고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어 집 가격에 별 차이가 없다. 이는 공동묘지의 에너지가 금융과 같은 특정 분야의 직업에는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수맥이 흐르는 집은 돈의 흐름이 좋다고 생각해 이런 집을 선호하기도 한다. 화려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와 달리 건물 외벽들이 페인트도 안되어 낡은 것도 많다. 이 역시 페인트칠을 다시 하면 잘 들어오던 행운의 기운이 막힌다는 풍수적 해석에서다.

처음 영국이 홍콩을 통치할 때 홍콩은 해적의 출몰도 잦고 매우 척박했던 지역이었다. 이런 곳이 150년 사이 경제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풍수의 힘이라 믿는다. 당시 총독 건물과 그 외 정부 기관의 위치를 잘 선택했기 때문에 총독이 현명한 통치를 해낼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홍콩에서 새 건물을 지을 때 건축가와 기술자 외에 함께 초대되는 이가 바로 ‘풍수사’이다. 풍수사는 건물의 방향이나 위치뿐만 아니라 건물 디자인에도 깊이 관여한다. 유명한 풍수사들은 시간당 몇천만 원의 자문료를 받기도 하고 유명 그룹에 속해 전속 풍수사로 일하기도 한다.

The office building of HSBC
The office building of HSBC

또한, 풍수는 5나 10년 주기로 바뀐다 하여 지어진 건물도 풍수사를 통해 다시 자문을 받고 기의 흐름을 살핀다. 전속 풍수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센트럴의 HSBC 건물이 그 좋은 예이다. 이 건물은 설계 초기부터 풍수사 룽킹췐( Lung King Chuen)의 자문으로 건물 디자인이 몇 번 변경되었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Sir NomanFoster)이 건물을 디자인한 초기에는 서스펜션 구조를 삼각형 모양이 아래로 향하도록 설계했었다. 그러나 쇠락의 의미를 가져올 수 있다하여 서스펜션을 위쪽으로 향하게 해 상승의 이미지로 바꾸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풍수사의 조언에 따라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사자상도 1층에 놓게 되었다. 배산임수의 좋은 에너지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 건물 1층이 필로피구조로 뚫린 것도 풍수의 영향력이다. 1층부터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사선으로 노출 시킨 것도 바다에서 오는 나쁜 기운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영국인 건축가는 건물을 디자인하면서 풍수사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 그래서 HSBC의 비즈니스가 큰 문제 없이 지금껏 잘 성장했다고 믿는다.

Bank of China Tower
Bank of China Tower

풍수에 대한 기 싸움을 논할 때 늘 예시가 되는 또 다른 건물은 중국은행 빌딩(Bank of China Tower)이다. 중국은행 빌딩은 루브르 피라미드를 만든 미국 건축가 이오밍페이(I.M.Pei)가 지었는데 그는 풍수를 미신이라 생각하여 건축 설계 당시 풍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중국은행 빌딩은 대나무를 형상화했다고 하지만 멀리서 보면 칼날처럼 보이는데 이 기운이 만만찮다는 것이 문제이다. 1986년 중국은행 건물이 한창 공사 중이던 당시 총독이었던 에드워드 유드(Edward Youde)는 베이징 출장 중 급사했다. 완공된 후에 재임했던 총독 크리스 패튼(Chris Patten)은 심장 수술을 받기도 했는데 이 모두가 중국은행 빌딩이 칼 모양으로 총독 관저를 찌르고 있는 형상이라서 그렇다고 해석한다.

중국은행의 센 기운은 근처 리포센터(Lippo Centre)에까지 미친다는데 이 빌딩에 들어간 회사들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재정악화를 겪고 나온다는 루머도 유명하다. 그래서 중국은행 빌딩 옆의 청콩센터(Cheong Kong Centre)는 유리에 반사필름을 붙여중국은행 건물에서 오는 악귀를 차단한다. 청콩 그룹의 회장 리카싱 (Li Ka Shing)이 근무하는 화장실에는 소형 연못과 폭포가 있는데 물이 중국은행 빌딩에서 오는 살기를 꺾어준다고 한다. 중국은행 건물 앞 HSBC빌딩은 중국은행의 기를 꺾어 재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중국은행 건물 방향으로 크레인을 설치해 보이지 않는 풍수 싸움을 한다.

풍수에 대한 강한 믿음은 일반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 일에도 마찬가지다. 2007년에는 정부 직속 과학 기관인 응용과학기술연구원이 10만HKD(약1450만 원)를 들여 풍수지리 전문가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것이 밝혀져 곤욕을 겪기도 했다.

홍콩 정부도 풍수의 지대한 영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하다. 홍콩정부는 2011년과 2016년 사이 약 113만USD(약 124억 원)을 풍수대책비로 썼다. 풍수대책비란 새 건물이 들어서서 풍수지리에 방해를 받았다고 홍콩 정부에 소송을 한 시민들에게 지급되는 돈이다.

홍콩정부가 제시하는 도시 디자인 경관 가이드라인에는 건물 층수와 높이를 규제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에는 층수에 제한을 주지 않고 주변과의 조화를 더 중요시한다. 홍콩인들이 해석하는 조화란 풍수가 추구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다. 바람과 물의 흐름을 막지 않고 나쁜 기는 차단하고 좋은 기를 살리는 것. 그래서 홍콩의 스카이라인은 풍수가 지배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용의 흐름과 기운으로 건물 디자인이 바뀌고 풍수에 의한 에너지로 도시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지는 도시. 이 도시만의 아이코닉한 스토리텔링은 풍수 문화와 함께 만들어져왔다. 홍콩의 야경을 바라볼 때 그 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용의 기운을 그려보자. 그 기운이 거대 경제 금융의 허브 홍콩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글 | 박희정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서강대 영문학과, 2006 미스코리아 美,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맨파워코리아 전시컨벤션 큐레이팅, 중앙일보플러스 교육사업본부 예술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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