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dine Matheson’s City and Art

헨리 무어의 double oval / 출처 : LANDMARK HOMEPAGE
헨리 무어의 double oval / 출처 : LANDMARK HOMEPAGE

[아츠앤컬쳐] 가족 기업이 그 도시의 역사와 경제를 만들어 내는 곳이 있다. 피렌체의 메디치(Medici)가, 뉴욕 시티의 록펠러(Rockefeller) 가족이 그랬다. 그리고 홍콩에는 자딘(Jardine)이 있다. 자딘 매디슨 홀딩스(Jardine Matheson Holdings)는 중국의 외딴 작은 섬이었던 곳을 17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계 경제 핵심 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윌리엄 자딘
윌리엄 자딘

자딘 매디슨은 영국의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 선장이던 윌리엄 자딘(William Jardine)이 그의 조카 매디슨과 1832년 광저우에서 무역회사를 차리면서 탄생했다. 자딘은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부터 중국과 영국 사이 무역을 해왔는데, 이들의 비즈니스가 사실 그렇게 건전하지는 않았다. 17세기부터 영국은 많은 양의 차(tea)와 실크, 도자기를 청에서 수입하면서 막대한 양의 은이 청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무역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영국이 청에 팔기 시작한 것이 아편이었고 청에 아편을 팔았던 무역상이 바로 자딘이다.

아편중독으로 청나라 사람들은 병들고 피폐해져갔다. 아편 무역양이 순식간에 늘자 이제는 반대로 영국으로 은의 유출이 급속도로 일어나게 되고 청은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해진다. 당시 청의 황제였던 도광제는 이런 이유로 아편 무역을 중지시켰다. 그때 영국 빅토리아여왕에게 청과의 전쟁을 종용했던 사람도 자딘의 설립자인 윌리엄 자딘이다. 전쟁의 내막에는 중국을 전출 기지로 삼고 인도를 모두 삼키려던 영국의 야심과 더불어 자딘이라는 개인 사업가의 욕망이 함께 숨어있었다. 이것이 1840년 청과 영국 사이에 일어났던 ‘아편전쟁’의 배경이다.

Taichi Series Right Heel Kick 1991 / 출처 : LANDMARK HOMEPAGE
Taichi Series Right Heel Kick 1991 / 출처 : LANDMARK HOMEPAGE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은 영국에 지금의 홍콩을 내주게 된다. 이후 영국인들이 점령한 홍콩에서 자딘은 최초로 부동산 매매(지금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엑셀시어호텔Excelsior Hotel 자리)를 했다. 자딘은 기업인으로서 무자비함도 있었지만 1842년 홍콩이 영국 식민지가 되던 당시 5,000여 명 밖에 없던 작은 어촌 섬 홍콩을 현재의 거대 경제 대도시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이미 서방에 개방된 무역항으로 자리 잡은 마카오를 선호하던 것과 달리 자딘은 홍콩의 가치를 알아보고 황무지였던 섬을 개발하고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딘 매디슨은 홍콩섬과 카룽을 연결하는 스타페리, 상하이와 난징을 연결하는 열차선, 카룽과 광저우를 잇는 열차선을 만들어 홍콩의 산업 기반을 다졌다. 현재 자딘 매디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 중 하나로 부동산, 보험, 유통, 호텔 경영들을 한다. 조금 더 쉽게 자딘 매디슨을 설명하자면 홍콩 여행을 할 때 센트럴에서 지나게 되는 명품 쇼핑몰 지역이 대부분 이 회사 소유이다. MTR 센트럴(Central station) 역 주변의 건물 중 랜드마크호텔과 만다린호텔을 포함하여 주변을 연결하는 쇼핑아케이드 빌딩숲이 모두 자딘 매디슨 소유인데 대부분 명품 브랜드의 홍콩 플래그쉽 스토어는 센트럴에 있는 이 빌딩들에 위치해 있다.

랜드마크 아트리움 입구 / 출처 : HKLAND HOMEPAGE
랜드마크 아트리움 입구 / 출처 : HKLAND HOMEPAGE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위치한 채터하우스(Charter House), 루이비통이 있는 글로스터 타워(Gloucester Tower), 까르띠에 프라다가 있는 알렉산드라 하우스(Alexandra House), 샤넬이 있는 프린스 빌딩(Prince Building), 에르메스가 있는 랜드마크(Landmark), 구찌가 있는 랜드마크 아트리움(Landmark Atrium) 모두가 자딘 매디슨의 건물이다. 관광객들이 스탠리(Stanley)나 리펄스베이(Repulse Bay)를 갈 때 이용하는 센트럴 버스 터미널인 익스체인지 스퀘어(Exchange Square)와 그 옆의 자딘 하우스(Jardine House)도 마찬가지다. 이 건물들은 모두 건물 간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어 센트럴 근처 지역 일대가 ‘자딘 매디슨 공화국’이라 해도 놀랍지 않다. 이 외에도 땅값 비싼 홍콩에 이 회사 소유의 건물은 차고 넘친다.

홍콩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자딘 매디슨 회사는 홍콩 문화예술의 큰 후원자이기도 하다. 매년 1월에 열리는 홍콩 국제 실내악 축제(Hong Kong International Chamber Music Festival)의 주 스폰서이고 그 외 문화 이벤트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아트 컬렉션도 흥미롭다. 아트 컬렉션은 건물 여기저기에 전시되어있는데 자딘 매디슨은 특히 거장들의 대표 조각 작품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Taichi Series Single Whip Dip 1986 / 출처 : LANDMARK HOMEPAGE
Taichi Series Single Whip Dip 1986 / 출처 : LANDMARK HOMEPAGE

몇 작품을 소개하자면 랜드마크 아트리움 정문 바로 안쪽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A Woman Aflame’, 익스체인지 스퀘어에 있는 헨리 무어(Henry Moore)의 ‘Oval with Points’, Jardine House 앞에는 그의 ‘Double Oval’이 있다. 그리고 익스체인지 스퀘어 건물 옆 더 포럼(The Forum) 빌딩에는 데임 엘리자베스 장 핀크(Dame Elisabeth Jean Fink)의 작품 ‘Water buffalo Standing’과 주 밍(Ju Ming)의 ‘Taichi Series’가 있다. 조각 작품 외에도 호주 대표 화가 Sir Sidney Nolan의 여러 작품과 현재 대표 아시아 작가인 Hon Chi Fun, Viet Dung, Jun Ming 등의 그림도 쇼핑몰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아편을 파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회사이지만 현재는 부동산 개발에 성공하여 아트 작품 투자에까지 이른 덕분에 우리는 손쉽게 가까이서 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명품 브랜드들의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따라 자딘 매디슨 소유 빌딩 쇼핑 아케이드를 걸으며 이들의 아트 컬렉션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문화감상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자딘 매디슨 아트 컬렉션의 자세한 작품 설명과 정확한 전시 위치에 대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s://www.landmark.hk/around-central/landmark-art-tour

글 | 박희정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맨파워코리아 전시컨벤션 큐레이팅, 중앙일보플러스 교육사업본부 예술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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