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은 그다지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중에서도 3번이나 5번과 비교한다면 연주 횟수나 인지도 면에서 많이 부족한 대접을 받고 있다. 불멸의 교향곡을 9개나 작곡한 베토벤이지만 그의 교향곡들도 연주되는 횟수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음악가들이 교향곡 4번의 찬란한 모습에 주목해 왔다. 그런 인물들 중에서 대표적인 예술가가 바로 슈만이었다. 작곡가 슈만은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을 자신의 은유적 표현으로 이렇게 묘사했다.

“이 작품은 두 명의 북구 거인 사이에 끼인 그리스의 미인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 명의 거인은 역시 교향곡 3번 ‘영웅’과 교향곡 5번 ‘운명’이다. ‘그리스’라는 표현은 이 작품이 지닌 고전적인 특징, 혹은 그리스로 대변되는 우아한 성격을 얘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작품을 ‘미인’이라고 말한 것은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여성적인 면모가 배여 있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슈만이 얘기한 이 그리스의 미인은 1악장에서부터 상당히 변덕스런 모습으로 등장한다. 악보에 표시된 조성 기호는 B플랫 장조이지만 진작 음악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B플랫 단조로 시작된다. 베토벤은 신비로운 서주 부분에서 상당히 과감한 전조를 감행하면서 자신의 예술성을 과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 호쾌한 팀파니와 트럼펫이 가세하면서 1악장이 본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1807년 3월에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함께 초연되었다. 아마도 당시의 청중들은 1악장의 시작 부분을 들으면서 당혹스런 체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에 대해 혹자는 베토벤 자신이 프란츠 폰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취향을 배려하여 작품을 구상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오퍼스도르프 공작은 작품의 탄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퍼스도르프 공작은 베토벤의 후원자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친척이었다. 베토벤과 공작은 베토벤이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여름 별장에 머물 때 만났다. 오퍼스도르프 공작은 베토벤에게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해달라고 부탁했으며 베토벤은 이 작품을 완성하여 오퍼스도르프 공작에게 헌정했다. 교향곡의 헌사에는 ‘실레시의 귀족 프란츠 폰 오퍼스도르프 백작에게’라고 적혀 있다.

이 작품은 교향곡 3번 ‘영웅’이 발표되고 3년 만에 발표되었으며 교향곡 ‘운명’ 보다는 1년 먼저 발표되었다. 연주 시간은 교향곡 3번보다 축소된 모습을 보인다. 어떤 베토벤 감상자들은 베토벤의 경우 짝수 번호의 교향곡들이 보다 서정적이며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얘기한다. 19세기 말의 음악학자 조지 그로브는 이 교향곡을 ‘심각하고 당당하면서도 유쾌하고 꾸미지 않은 것 같은 곡’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조지 그로브의 이 말은 이 교향곡의 다채로운 면모에 대한 뛰어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뜻밖의 반전과 활력을 느끼게 하는 교향곡 4번은 베토벤 음악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조지 그로브의 표현대로 ‘심각하고 당당하면서도 유쾌하고 꾸미지 않은 것 같은 곡’으로서 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영웅’이나 ‘운명’ 같은 제목을 붙인다면 우리는 어떤 제목을 붙여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자 우리들 각자가 이 작품에 멋진 제목을 하 나씩 붙여보는 것은 어떨지!

글 | 이석렬
2017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심사위원, 2017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
https://www.facebook.com/sungnyul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