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세계 최고가의 그림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세상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고, 그 그림을 보며 즐길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물론 소유권자 마음대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비싼 그림을 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일단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은 무엇일까.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마드 왕자가 2017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트 경매에서 4억5천만 달러(한화 약 4935억 원)에 사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Salvador mundi:구세주)’이다. 전 소유주였던 러시아 부호이자 AS 모나코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는 2013년 1억2750만 달러에 구입해 수천억 원의 매매 차익을 얻게 되었다. 리볼로블레프는 멋진 그림에 투자해 천문학적 매매 차익도 올리며 보유에 대한 만족감도 누리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의 행복한 승리자로 보인다.
2위는 2015년 9월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립자인 켄 그리핀이 데이비드 게펜 재단에게서 3억달러(약 3300억원)에 구입한 네덜란드 작가 빌렘 드 쿠닝(1904~1997)의 1955년 작 ‘인터체인지(Interchange)’이고, 3위는 2011년 4월 카타르 왕가의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가 2억5000만 달러(약 2750억 원)에 그리스 선박왕 조지 엠비리코스로부터 구입한 폴 세잔(1839~1906)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다.
4위는 2014년 9월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가 3억 달러(약 3300억 원)에 스위스 개인 소장가인 루돌프 슈테린으로부터 구입한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이고, 5위는 2014년 8월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1억86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프랑스 와인제조업자 크리스티앙 무엑스로부터 구입한 마크 로스코의 ‘넘버6(바이올릿, 그린 앤 레드)’다.
비싼 그림 5위까지의 매매 기록을 보면 세상의 비싼 그림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부자들이 자기들끼리 사고팔아 일반인들은 전혀 감상의 기회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실거래 시 세계 최고가일 것으로 추정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20여 점의 그림들은 ‘살바도르 문디’ 이외에 모두 프랑스 루브르, 러시아 에미르타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박물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에 거래된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도 2017년 11월 8일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실현되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다빈치의 작품들은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모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이슬람교를 믿는 사우디의 왕자는 예수를 그린 ‘살바도르 문디’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주고 사서 아부다비가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야심적으로 준공시킨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하려는 것일까. 단 하나의 작품으로 루브르 아부다비를 세계적 미술관으로 급부상시키려는 시도인지, 아랍 세계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려는 전략인지, 종교적 화해의 시도인지, 부의 과시인지, 아름다운 것에 대한 소유욕인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우리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에 가면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중동 아부다비의 루브르 아부다비에 가면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를 볼 수 있게 된다.
다빈치의 세계 최고가 미술품 거래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들도 다른 나라처럼 수천억 원의 거금을 들여 미술관, 박물관, 음악당은 열심히 건설해왔다. 하지만 하드웨어에는 엄청 자금을 들이고 신경을 쓰면서도 소프트웨어에는 관심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가 미술품인 ‘살바도르 문디’가 전시될 예정인 ‘루브르 아부다비’는 하드웨어 건설에만 6억 유로(한화 약 7천5백억 원)를 투입했는데, 소프트웨어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일단 아부다비 미술관 앞에 루브르라는 이름을 붙이는 비용으로 7억4700만 달러를 지불했고 피카소, 세잔, 모네, 고흐, 고갱, 잭슨 폴락 등 우리가 아는 세계적 거장들의 주요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아랍 세계는 루브르로부터 임대되고 있는 세계적 작품들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에 서방 기독교계가 가장 아끼고 자랑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고, 세계 최고가에 구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술관 음악당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도 아부다비처럼 수천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광주광역시에 막강한 이름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준공했다. 그 이전에는 또 수천억 원을 들여 서울 경복궁 바로 옆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을 준공했다. 훨씬 이전에는 서울 서초구에도 수천억 원을 들여 ‘예술의 전당’을 준공했
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 ‘예술의 전당’ 모두 소프트웨어 분야에 수천억 원 아니 크게 양보해 수백억 원이 투입되었다는 뉴스는 잘 들리지 않는다. 문화공간이 진정한 존재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으려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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