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이탈리아영화제 로베르토 파찌 강연
제9회 이탈리아영화제 로베르토 파찌 강연

[아츠앤컬쳐] 지난 10월의 22일, 이탈리아 페라라에서 온 소설가 로베르토 파찌(Roberto Pazzi, 71세)를 강남 모나코스페이스에서 만났다. 그는 제9회 이탈리아영화제 행사에 참석해서 본북스(www.buonbooks.com)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한 책<황제를 찾아서> 사인회를 위해 내한했다.

로베르토 파찌는 12살 때 우연히 니콜라이 2세(Никола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Романов) 황제의 가족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황제 가족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들었고 그들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소년 로베르토 파찌는 자신이 러시아인이라는 환상을 갖고 니콜라이 2세 황제(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로마노프)에 관련된 책이나 기록들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고 21년이 지나 그의 나이 33세가 되던 1985년에 한 달만에 이 책을 썼다. 책은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켜 성공한 자들의 입장이 아닌 당시 혁명에 패배한 니콜라이 2세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썼다고 한다. 그리고 4년 후인 37세에 책을 발행했고 그 후 1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황제를 찾아서> 책의 구성은 20개의 장(Chapter)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홀수 챕터는 1917년 황제를 따르던 충직한 부하 2천명이 우랄지방에 구금되어 있는 황제를 구하러 찾아 가는 내용이고 짝수 챕터는 니콜라이 황제가 구금된 가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그렸는데 시적인 상상력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괴승 라스푸틴(Григор́ ий Ефим́ ович Распут́ ин)이 니콜라이 2세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폭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황후 알렉산드라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 아들 알렉세이의 치료를 위해 라스푸틴을 초청했기 때문인데 이것이 큰 화근이었고 라스푸틴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고 한다(둘째 딸인 타티아나와 라스푸틴은 연인관계 였다.). 니콜라이 2세와 가족은 1918년 7월에 모두 무참하게 처형되었다. 그리고 1991년, 니콜라이 2세와 가족은 러시아 혁명 당시의 교회 순교자들과 함께 러시아 정교회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고 2008년에는 정치적으로 복권되었다.

소설 <황제를 찾아서>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과 묘하게 맞물린다. 니콜라이 2세가 정치에 무능하면서도 체재가 바뀌는 것을 원치 않았던 상황에서 라스푸틴이라는 괴승의 등장으로 몰락을 자초한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로베르토 파찌는 내년에 나폴레옹이 죽기 전까지 6년간 불법 강제구금되었던 세인트헬레나 섬을 찾아가는 내용을 가지고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글|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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