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 세비야는 과달키비르강 어귀에 있는 내륙 항구도시로 이슬람이 지배했을 때의 수도였다. 또 스페인의 신세계 탐험의 중심지로서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했던 곳이다. 17세기에 들어 교역업이 쇠퇴하였지만 문화 활동이 활발해져 지금은 아름다운 대성당과 많은 중세 건축물을 남겼다. 특히 세비야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 가운데 하나이다. |
언제나 유럽의 여행지에서는 광장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진짜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 광장을 찾으며 스페인에 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생각을 했다. 스페인에는 스페인 광장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산타크루즈 데 테네리페 등뿐 아니라 심지어 스페인이 아닌 로마에도 스페인 광장이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그 여러 스페인 광장 중에 가장 아름다운 광장은 아무리 살펴봐도 세비야가 최고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 바로 앞에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이 있다. 왕비였던 마리아 루이사가 산 텔모 궁전의 정원 절반을 세비야에 기부하여 공원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오페라의 도시답게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건물도 로시니의 오페라〈세비야의 이발사>의 무대였다. 루이사 공원을 돌아보면서 한참을 걸어야 넓은 스페인 광장을 만나게 된다.
스페인 광장의 주 건물은 1929년, 이베르 아메리카 박람회 장소로 쓰기 위해 건축된 것이다. 넓은 광장 중앙에는 분수대가 있고, 인공적으로 만든 강물이 광장을 감싸고 흐르고 있다. 강 뒤로 아름다운 반원형의 주 건물이 있는데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궁전으로 보이는 게 당연할 만큼 크고 화려했다. 현재는 세비야의 정부청사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겨울이었지만 한낮의 태양은 역시 스페인다웠다. 더운 날씨에 겉옷을 벗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계단 중간쯤에 앉아 가만히 햇볕을 쐤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처럼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잉크를 풀어 둔 푸른 하늘과 적당한 햇볕,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좋아하는 음악이 있는 세비야 스페인 광장은 내가 기억하는 스페인 광장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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