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의 스케치
마티스의 스케치

[아츠앤컬쳐] 앙리 마티스는 진정한 현대 미술의 선구자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색과 형태의 자율적인 세계를 창조하며 고답적인 미술세계에 혁명을 불러 일으켰던 그는 일찍이 거장으로 인정받고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70세때 아내와 헤어져 고독한 일상을 보냈고 십이지장암 수술까지 받고서는 1941년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 20세기의 거장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을 남겼으니 바로 니스 근교의 작은 마을, 방스에 있는 로사리오 예배당이다.

 

방스는 프랑스 남동부 연안에 있는 고즈넉한 중세 분위기의 작은 마을로 니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20km에 위치해 있다. 로사리오 예배당은 한 수녀와의 짧은 인연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1941년, 72세의 연로한 나이로 프랑스 리옹에서 십이지장 암 수술을 받았던 마티스가 병원에서 리옹 출신의 젊은 간호사 모니크 부르주아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시작되었다.

예배당 내부 성모자 그림
예배당 내부 성모자 그림

당시 모니크의 헌신적인 간호 덕분에 마티는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모니크는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 뿐만아니라 그녀는 마티스가 종이 오리기 등 병상에서도 작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의사의 권유에 따라 마티스는 곧 니스 북쪽 시미에로 작업실을 옮기게 되었고 모니크와는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곧 방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둘의 인연은 새롭게 이어진다. 1943년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닫게 될 무렵 시미에의 공습이 있고 난 후 마티스는 시미에를 떠나 산기슭에 자리한 중세도시 방스로 작업실을 이전하게 되고 1946년 모니크 부르주아는 자크마리로 불리우는 수녀가 되어 방스에 있는 도미니쿠스 수도회로 거처를 옮기게 되면서 마티스와 재회하게 되었다.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1947년, 도미니쿠스 수도회는 방스에 예배당을 짓는 계획을 하였고 마리 수녀의 추천으로 마티스가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의뢰 받게 된다. 하지만 마티스는 그녀를 위해 사비까지 털어 인테리어, 디자인, 미사 제기와 제복까지 시공에서부터 완공까지 건축의 모든 부분 참여한다. 결국 로사리오 예배당은 마티스가 만들어온 자신의 모든 예술 세계가 집대성 된 공간이며 한 인간이 병마와 싸우며 혼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경건하고 성스러운 장소로 탄생 되었다.

 

예배당은 여느 웅장하고 사람을 압도시키는 기존의 성당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의 작품답게 단순하면서도 덕지덕지 붙은 군더더기 장식을 모두 걷어낸 모습이다. 그저 예배 공간의 본질적인 것만 남겨진 느낌으로 소박하다. 그러나 공간 안에 감동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예배당 입구
예배당 입구

성당 입구와 예배당 안에는 성 도미니크와 마리아에게 안긴 예수의 모습 그리고 <십자가의 길>로 수난 받는 예수의 드로잉이 흰 타일 위에 단순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드로잉 역시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다. 성인의 머리 위엔 후광도 없으며, 성모자 주변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있는 천사의 모습도 없다. 그저 노대가의 절대경지에 이른 간결한 선만 존재할 뿐이다. 눈, 코, 입이 없이 그려진 인물들은 마치 마티스가 우리에게 표정을 채우라는 숙제를 남긴 기분이 든다.

예배당 내부
예배당 내부

생명의 나무를 형상화환 스테인드글라스는 고요한 성당에 빛과 색을 가득 채워주고 있는데 마치 지중해 바닷속 안에 들어가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제단과 십자가 촛대 역시 마티스가 디자인 한 것들로 역시 간결하지만 아름답다. 마티스는 완공식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4년 만에 성당은 완공되었다. 그 후 3년을 병상에서 종이오리기 작업으로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1954년 니스 시미에 묘지에 묻힌다.

 

파란색 지붕과 하얀색 벽의 작고 소박한 모습,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는지. 로사리오 예배당은 백만 인파에 둘러싸인 로마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만큼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글·사진 | 강정모
유럽가이드이자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세계 유명 여행사이트인 Viator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여러 기업에 출강하며, 아트 전문여행사 Vision tour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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