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e des Rosiers de Paris
[아츠앤컬쳐] 파리의 거리는 마치 살아있는 전시장 같기도 하고 어느 골목 하나 같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을 뿐더러 골목길의 이름도 명사의 이름을 붙이거나 시적인 이름이 많이 있다. 파리 1구 로지에르 거리가 바로 그렇다. 로지에르 Rosiers는 ‘장미 덩굴’이라는 뜻으로 생폴 생루이 성당에서 다시 길을 건너 골목길로 들어서면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잘 알려져 있고 서점, 카페, 정육점 등 유대인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으며 거리를 다니다 보면 전통적인 유대교 복장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집이 있는 보주 광장을 뒤로 한 채 조금만 걸어가면, 17세기 르네상스 양식의 웅장한 ‘쉴리 저택(Hôtel de Sully)’이라 이름 붙은 건물이 나온다. 낭트 칙령(Edict of Nantes)으로 유명한 앙리(헨리) 4세의 신임을 받아 프랑스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재무 장관 쉴리(1560~1641)가 살았던 저택이다. 쉴라 재상에 의해 농업과 축산을 장려하고, 상공업을 발달시켰고 도로 건설과 운하망 건설을 계획했다. 재정이 좋아져 사람들은 일요일마다 일종의 닭볶음탕이라 할 수 있는 코코뱅(Coq au vin)을 먹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국민들로부터 ‘앙리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고 뛰어난 왕으로 기억된 앙리 4세는 종교 차별을 없애고 경제를 살려 프랑스가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는데 그 중심에는 쉴리 공작이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로지에르 거리 마레 지구에는 파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카르나 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과 피카소 미술관(Museu Picasso)이 있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이곳 로지에르 거리에서 장미향처럼 그윽한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맡으며 파리에서의 윤택한 정신적 삶을 누린다.
글·그림 | 정택영
프랑스 파리 거주, 화가
프랑스조형예술가협회 회원
www.jungtakyo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