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 of Borodino, Louis Lejeune
Battle of Borodino, Louis Lejeune

[아츠앤컬쳐] 1812년 나폴레옹의 군대는 러시아를 침공했다. 나폴레옹의 군대는 모스크바로 가는 도중에 보로디노에서 최대의 전쟁을 치른다. 초토화 전술을 쓰면서 퇴각만 거듭하던 러시아군은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지휘 하에 모스크바 서쪽 약 90km 지점인 보로디노에서 나폴레옹의 군대를 맞아 싸웠다. 쌍방의 병력은 프랑스군 13만5천 명, 러시아군 12만6천 명이었으며, 양쪽 모두 5백 문 이상의 대포를 가지고 있었다. 전투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고 맹렬한 포격전에 이어 백병전까지 벌어져 프랑스군 5만8천 명, 러시아군은 4만4천 명에 이르는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쿠투조프는 더 이상의 희생을 피해 야음을 틈타 후퇴하였고 프랑스군은 여세를 몰아 계속 진군하여 모스크바에 입성하게 되었다.

Battle_of_Waterloo
Battle_of_Waterloo

모스크바는 아무런 저항 없이 나폴레옹 군대에 항복했다. 나폴레옹은 차르 알렉산드르 1세의 항복을 기대하고 모스크바에 진입했지만 모스크바는 이미 러시아 군대가 철저히 파괴한 뒤였다. 월동 장소가 없어진 것을 안 나폴레옹의 군대는 그곳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딜 수 없는 최악의 생존여건에 부딪혔다. 10월에 시작된 퇴각은 12월까지 이어졌고 굶주림과 혹한으로 인해 프랑스의 군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군대가 퇴각로를 끊고서는 프랑스 군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12월에 이르러 나폴레옹이 폴란드 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막강한 나폴레옹 육군의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였다.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La_bataille_d'Austerlitz.(François_Gérard)
La_bataille_d'Austerlitz.(François_Gérard)

세월은 흘러 1882년에 모스크바는 다사다난한 해를 맞았다. 성대한 산업예술 박람회가 개최되고 거대한 그리스도 구세주 대성당이 완공되었다. 그전에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지인이자 멘토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으로부터 산업예술 박람회를 위한 서곡을 작곡해 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었다. 이 서곡은 1812년에 나폴레옹의 군대를 러시아에서 몰아낸 것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는 곡이었다. 기념행사용 음악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차이코프스키였지만 작곡가는 이 제안에 동의하고 서곡의 작곡을 시작해 6주 만에 완성했다. 이 서곡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그리스도 구세주 대성당에서 1882년 8월 20일에 초연되었다.

Battle_of_Valutino, 1812.8.18
Battle_of_Valutino, 1812.8.18

‘1812년 서곡’은 프랑스의 러시아 공략 실패와 퇴각, 나폴레옹 군대의 궤멸을 담고 있다. 이 곡에서는 일련의 대포 발사 시퀀스가 유명한데, 야외 축제에서 연주될 때는 진짜로 대포를 발사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악보 상에서 총기 혹은 대포 사용이 표기된 소수의 작품들 중 하나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중에 벌어졌던 역사적인 승리를 오케스트라로 표현했다. 이 음악은 현악기로 연주되는 라르고의 성가 ‘신이 너의 백성을 보호하신다’로 시작되며, 대포 소리와 프랑스의 국가도 삽입되어 상징적 의미를 추구하였다. 이 명곡에서는 전투를 벌이는 두 나라 병사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Napoleons_retreat_from_moscow, 1812.6~1813.1
Napoleons_retreat_from_moscow, 1812.6~1813.1

‘1812년 서곡’은 애국심의 발로이자 예술성이 뛰어난 행사용 음악이다. 전쟁을 묘사하는 치열한 악구들과 신의 자비를 기다리는 러시아의 성가가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전쟁을 묘사하고 애국심을 환기하는 음악으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다. 이 작품은 영국과 미국 간의 1812년 전쟁과는 연관성이 없지만, 미국 내에서도 종종 애국심을 고취하는 음악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1812년에 작곡된 애국심의 음악이 국경을 넘어서서 세계인의 가슴을 감동시키고 있다!

글 | 이석렬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심사위원,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 역임
https://www.facebook.com/sungn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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