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토어 디자인팀이 제시했던 노트르담 첨탑 복원안
애플 스토어 디자인팀이 제시했던 노트르담 첨탑 복원안

파리는 전 세계에서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근대 건축물들로 가득 차 있으며 동시에 에펠탑, 퐁피두센터, 신 개선문, 루브르 피라미드, 루이비통 뮤지엄 등 당대의 현대적 건축 해법을 가장 멋지게 소프트 랜딩시키고 있다.


2019년 4월 15일 오후 6시 50분경 노트르담 사원의 첨탑이 화재로 무너져 내리자 프랑스인들은 파리의 심장이 불탔다며 충격에 빠졌다. 거국적으로 불과 며칠 만에 1조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고, 2020년 7월 9일 르 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노트르담 첨탑의 원형 복원안에 최종 결재를 했다고 보도했다.

파리 사람들은 노트르담 건축물의 디테일을 밀리미터 단위로 모두 3D 실측한 촬영 기록을 가지고 있어 완벽 복원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로 복원하자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에두아르 필립 수상은 화재가 난지 불과 2일 후에 첨탑 복원을 국제 공모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붕에 있던 공해 덩어리인 200t이 넘는 납 대신 티타늄 등 무공해 신소재를 사용하고 새로운 공법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 전까지 재건하는 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 2019년 무너진 첨탑도 노트르담 사원이 14세기에 완공한 원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96m 높이의 멋진 첨탑은 1859년 보수 당시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뒤크가 새로 디자인했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다.


대통령과 수상 등이 새로운 첨탑을 세우겠다고 하자 야당과 문화인들은 강력한 반대에 나섰다. 국민연합(RN)의 마리 르 펜 대표는 “노트르담을 건드리지 마라.”며 격분했고, 조르당 바르델라는 “미친 짓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프랑스 유산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전 세계 유력 건축가들은 새로운 건축 공모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임이 아니었음에도 경쟁적으로 설계안들을 공개해 나갔다. 최고 권위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독일 의사당의 복원을 맡아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중앙의 초대형 유리 돔에서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하여 세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인 건축 명소를 만든 바 있다. 노먼 포스터는 파리 노트르담 사원 첨탑과 천장을 유리와 철 구조물로 독일 의사당처럼 복원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또 다른 안으로는 유리 첨탑에 유리 천장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옥상에 식물원을 만들자는 의견과, 복원하지 않고 야간에만 원형 첨탑 형태로 레이저 빛을 쏘아 올리자는 안도 나왔다. 가우디의 바르셀로나 대성당 같은 풍으로 재현하는 스케치도 제시됐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애플 스토어 디자인팀도 가세했다.


여기서 우리나라 남대문이 2008년 2월 10일 어처구니없게 소실된 참사로부터 복원한 과정을 돌아보게 된다. 숭례문이 불탄 사실 자체는 전 국민이 안타까워했지만 우리는 복원 방식에 대한 의문과 이견이 없었다. 우리는 문화재에 관해서는 프랑스 파리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심하게 보수적이다. 우리나라 건축가들도 마찬가지다. 당시 건축가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남대문을 제시해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기자 회견을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2008년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은 프랑스 노트르담 첨탑처럼 1800년대에 세워진 것도 아니고 20세기 후반에 대대적 보수를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과 여야 정치권, 문화계, 건축가 등 대부분 사회 구성원들은 원형 복원을 거의 찬반 토론 없이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남대문 재건축에 이어 경복궁 복원 문제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똑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고, 남대문과 동일 방식으로 재건축 중이다. 경복궁 재건은 남대문 재건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이후 대부분 불탄 상태로 고종 때 대원군이 1865년 대부분 새로 지었다. 현재 재건 중인 경복궁은 19세기 말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장의 북궐도가 주요 근거다. 요즘 서울에 지어지는 건물은 건평 1,000평 규모만 넘어도 수백 장 내지 수천 장의 설계 도면이 만들어져 시공되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도 프랑스 파리지앵들과 같이 경복궁, 남대문 등 아무리 전통적 권위의 건축물이라 해도 이제부터는 철저한 복원과 동시대적 해석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펼치고 적확한 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전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