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전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전의 노트르담 대성당

[아츠앤컬쳐] 2019년 4월 15일 이전까지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대립과 갈등 속에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날 자신들의 심장이라는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과 지붕이 화재로 허무하게 무너져 사라진 후 그들은 하나로 강하게 뭉쳤다. 정부가 노트르담 재건에 관해 거국적 모금운동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 기부액이 단 하루 만에 7억 유로(8,993억 원)를 넘어서 불과 2~3일후 1조 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HM) 그룹, 구찌와 입 생 로랑을 가진 피노 프랭탕 레두트(PPR) 그룹, 프랑스 정유회사 토탈 그룹 등 대기업도 기부에 앞서고 있다.

기부금은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답지 중이다. 미국 애플의 팀 쿡 CEO도 기부를 약속했다. 브라질의 한 부호는 8,800만 헤알(약 255억 원)을 기증했으나 브라질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9월 1818년 건축된 또 하나의 인류 유산인 리우 국립박물관의 화재로 보수 공사에 최소 1억 헤알(약 288억 원)이 필요한데 현재 총 110만7천 헤알(약 3억2천만 원) 모금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이 브라질 부호가 노트르담에 기증하는 대신 모국의 박물관에 기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한다. 선한 행위에 일부 비판적 시각이 있음에도 일단은 전 세계인들의 기부에 박수를 보낸다.

기부금 논란 속에도 노트르담 재건을 위해서 자금 문제는 사실상 이미 해결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얼마나 정확하게 재건축이 가능한가, 또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이다. 일설에는 4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프랑스 현 집권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화재 바로 다음날 노르트담 대성당을 ‘5년 안에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재 직후 노르트담으로 달려가 오랜 시간 화재 진압 현장을 지켜보기 보기도 했다.

에두아드 필리페 총리는 화재 이틀 후인 4월 17일 ‘국제 공모를 통해 첨탑과 지붕을 현대적으로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로 다음날인 18일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리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성당에 손대지 마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조르당 바르델라 의원은 현대 자재를 이용해 노트르담을 복원하겠다는 발상은 ‘미친 짓’이라며 반드시 원래의 재료를 이용해 복원해야 한다고주장했다.

프랑스인들의 문화재 복원에 논쟁과 대립은 뿌리가 깊다. 1889년 프랑스 박람회 기념 20년 설치 한시적 기념물로 건립되었던 파리의 또 다른 상징물 에펠탑이 건립 당시 흉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소설가 모파상이 에펠탑 방향으로 평생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가깝게는 현대미술의 메카 퐁피두박물관도 파리지앵들의 거부감 속에 건립되었다.

1980년 루브르 박물관 리모델링 국제 공모에서는 I M Pei가 루브르 정중앙 마당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고 지하 공간으로 햇빛이 들어가게 하는 아이디어를 내자 문화유산을 파괴한다며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퇴색해가던 루브르를 유리 피라미드가 살려냈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2014년에는 파리 볼로뉴 숲에 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건축가 Frank Gehry가 설계한 루이뷔통 뮤지엄이 준공되어 파리 방문의 추가적 필수코스가 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이나 필리페 총리는 이처럼 에펠탑, 퐁피두박물관, 루브르 피라미드, 루이뷔통 뮤지엄 등 준공 초기에 비판을 받던 건축물들이 현재 모두 파리의 또 다른 상징물들로 자리잡은 것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트르담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불타 무너진 노트르담의 첨탑과 지붕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일단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가능하다. 이미 프랑스 당국은 노트르담의 모든 건축 디테일을 1mm 이하 단위 오차를 가진 3D 영상으로 갖고 있다. 노트르담 실내외를 2년여간 정밀 촬영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업용 게임도 복원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노트르담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것도 파리의 매력일 수 있다. 완벽한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무너지기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판단이 어렵다.

한편 우리는 현재도 경복궁을 복원 중이다. 전국에서 많은 문화재, 유적지가 복원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정확한 고증 자료를 가지고 있나. 지금이라도 서둘러 기존 문화재의 완벽 정밀 촬영 작업이 요구된다. 경복궁 복원의 가장 중요하고 사실상 유일한 기초 자료는 ‘북궐도’다. 북궐도는 19세기 고종 때 경복궁 복원 작업 이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궐도’는 분명 귀중하고 고마운 사료다. 하지만 이 그림 한 장으로 경복궁 완벽 복원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갈 길이 멀었다는 얘기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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