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칸 영화제 포스터
2019 칸 영화제 포스터

[아츠앤컬쳐] 봉준호 감독이 일을 냈다. 우리나라 감독 최초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 시사회가 끝나고 관객들이 8분이나 전원 기립 박수를 보냄으로 일찍이 대상 수상을 예약한 바 있다. 수상 전 현지의 폭발적 반응 속에 이미 세계 192개국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봉 감독 개인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영광의 순간이지만 한국 영화, 나아가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쾌거임이 틀림없다.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이 총동원 된다. 세계적으로도 자국 시장에서 자국 제작 영화가 유의적 점유율을 넘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인도, 한국 등 몇 나라 뿐이라고 한다.

한 편의 영화 제작과 상영을 위해서는 일단 일정 규모를 넘는 시장 규모가 있어야 하며 또한, 자금력 있는 회사 또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영화를 하기에 충분한 대국이며 부국이라는 증거다. 이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는 CJ 그룹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요한 것은 극본이다. 한국인의 스토리 창작력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를 비롯해 세계적 문학상을 계속해서 타내고 있는 것으로도 한국인의 개별적 문학적 가능성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문학적 상상력이 세계인들을 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의 한국인들이 숙명처럼 직면하고 있는 군사적 민족적 역사적 경제적 엄중함도 원천이라고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의 하나로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남북 간의 오랜 긴장 속에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 그 예민성 자체는 잘 인식하고 있다. 남북 간 군사 긴장의 배경에 추가적 위험 요소는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러시아, 바다 건너 일본과 미국 등 슈퍼 강국의 존재들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짧은 시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다 보니 빈부의 차가 크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비교적 오랜 역사 속에서 빈부의 차를 다소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비해 우리는 체질적으로 그러기가 힘들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세계적 영화상을 받았지만 외국의 보편적 세계를 그린 영화가 아니라 지극히 한국적 세계를 그린 영화다. ‘기생충’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매우 익숙한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극적 대비가 주된 배경이다. 특히 가난한 집 가족들은 전원이 백수다. 가난한 집 장남이 학력을 컴퓨터 조작으로 위조해 부잣집에 고액과외 가정교사로 일을 시작하려 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가난의 어려움과 슬픔을 코미디적 요소로 풀어내려 한 것이다.

부잣집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부와 동시에 학력도 물려주기 위해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방법으로 고액 연봉의 대입 입시 전문 코디를 동원해 고액 과외를 한다는 설정으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 이야기라 하면서도 ‘스카이캐슬’이 성공한 배경에는 다수의 시청자가 한국의 치열한 교
육 실태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요소 속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은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고 분석하는 유전자가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뛰어난 편이다. 그래서 우리의 문학가, 대본작가, 드라마 작가들의 역량이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이렇게 강력한 인간 분석력에 바탕을 둔 영화 극본을 토대로 영화감독들 또한 작가들과 동일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나고 자라며 인간 읽기의 저력을 탄탄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배우들도 이 모든 것을 자연스레 소화할 능력이 있고, 카메라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국 관객들도 제작자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커왔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입맛이 대단히 까다롭다. 이 예민한 한국 관객들을 상대로 만들어지는 한국 영화들은 당연히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이루어 낸 봉준호 감독의 업적이 대단한 이유는 개별적 한국인의 예술적 역량들을 모두 엮어 일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영화 작품 중 가장 크게 인간의 마음을 흔든 것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서 검증된 한국인들의 개별적 문화적 저력이 영화, 문학, 대중음악, 고전음악,미술, 광고,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 저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믿으며, 아직 미진한 분야에서도 알차게 이루어낼 것을 기대한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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