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ill Petrenko
Kirill Petrenko

[아츠앤컬쳐] 정명훈 지휘자 이후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극히 중요하다고 본다. 더더욱 서울시민이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 문제에 당당히 관여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모든 서울시민, 전 국민이 높은 관심을 가질 때만이 우리는 훌륭한 서울시향 음악감독과 세계적 오케스트라 서울시향을 가질 자격이 있게 된다. 하나의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란 사실상 거의 전부다. 물론 세상 최강 오케스트라중 하나인 베를린필 지휘자는 단원들이 전적으로 선발권을 갖는다. 그럼에도 지휘자가 선발된 이후에 단원들은 지휘자의 지휘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출항 전에 배는 선장을 구하지만 배가 바다로 나가서는 전적으로 선장이 모든 결정권을 갖고 모든 선원은 그 지휘를 따를 의무가 있는 것과 동일하다. 서울시향 측은 2016년 3월 ‘지휘자 추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차기 예술감독 요건으로 ‘세계무대에서의 오랜 경험과 국제적인지도, 네트워크와 함께 한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서울시향의 예술적 기량을 성장시킬 인물’로 정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표현이다. 서울시향의 기량은 더 예술적으로 성장해야할 정도로 미숙하지 않다. 이미 세계 정상의 클래식 전문 브랜드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여러장의 음반을 출시 중이다. 우리나라 관현악 연주자들 개별적 실력은 정말 세계적 수준에 이미 도달했거나 유사한 수준에 있다고 알려져 있고 믿고 있다. 서울시향 측은 나아가 차기 예술감독 후보 10여 명을 선정했고 앞으로 2017년 말까지 예술감독 후보 지휘자들을 객원지휘자로 초청해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 뒤 예술감독으로 최종 선정하겠다고 했다.

더욱 잘못되었다. ‘지휘자 추천 자문위원회’가 앞으로 후보들이 객원 지휘하고 나면 심사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후보군에 있는 10여 명의 지휘자들은 서울시향 음악감독 후보 시험보기 위해 앞으로 객원 지휘를 맡게 될 예정이다. 만약 서울시향 예술감독 후보 오디션인 줄 알고 예술의 전당에 서는 지휘자라면 그 사람은 일단 우리가 기대하는 세계적급 지휘자는 아니라고 본다. Daniel Barenboim이, Christian Thielemann이, Mariss Jansons가, Gustavo Dudamel 이 서울시향 오디션을 보러 온다? 소가 웃을 얘기다.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실제로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일부 도시 역사적 오케스트라들은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 평균 연봉은 14만 달러가 넘는다. 오케스트라 운영진들이 이 연봉을 8만 달러 내외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의하지 못하는 단원들이 다수인 경우는 해체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상은 더욱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마에스트로를 찾고 있다. 이들에게는 20억 내외의 연봉이 제공된다.

정명훈 지휘자의 20억 연봉은 세계 정상급 Best10 수준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디션을 보러올 외국인 지휘자를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정명훈 지휘자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지휘를 초빙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베를린필의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은 2018년까지가 임기다. 현재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2014년에 이미 사임을 선언했다. 그래서 베를린필은 오랜 논의 끝에 2015년 6월 22일 단원들의 총의에 의해 러시아 출신의 Kirill Petrenko를 선임 발표했다. 참 부럽다. 세계 최정상급 조직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준 것이다. 3년후의 예술감독을 미리 발표할 수 있는 조직은 아직 세계에 없다.

반면 우리 서울시향은 2015년말부터 예술감독이 유고인데 2016년 9월 현재도 ‘지휘자 추천 자문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서울시향 측은 예술감독 최종 선임이 객원지휘자 오디션이 모두 끝난 후인 1~2년 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 퇴임 이후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서울시장은 ‘지휘자 추천 자문위원회’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차기 서울시향 예술감독에 대해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른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Gustavo Dudamel, Daniel Barenboim, Christian Thielemann, Mariss Jansons, Andris Nelsons, Riccardo Chailly 등 세계적 지휘자들에게 현재 맡고 있는 직을 유지하며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동시에 맡아줄 것을 제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명훈 지휘자에게 제공했던 것을 그대로 제공한다고 하면 혹시 가능한 지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5억여원을 더 요구한다면 서울시향 후원회가 적극 나서면 해결 가능한 일이다.

예술감독은 동시에 2곳을 맡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정명훈 음악감독도 라디오 프랑스 음악감독직을 사실상 겸직했었다. 위에 적힌 이름들은 모두 2015년 베를린필 차기 예술감독을 선발할 때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던 사람들이다. 자격은 차고 넘친다. 다만 조건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엄중히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극진히 모셔와야 맞다고 본다. 그 분이 세계적 검증이 이미 끝난 분이라면.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president@k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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