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한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8월 19일 문을 열었다. 30년 가까이 국내 클래식 공연장으로 독주를 펼쳐온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강력한 라이벌이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에 추가적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점에서 일단 반가운 일이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때부터 한국 최고의 고전음악 연주공간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롯데콘서트홀은 일단 예술의 전당이 아직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파이프오르간을 들여놓음으로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독일 Rieger사가 제작한 오르간은 총 4,958개의 파이프가 설치된 보수적 디자인에 정통 대형 오르간이다.
롯데는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예술의전당과 차별화하기 위해 개관연주회 레파토리로 생상의 교향곡 3번 일명 ‘오르간’을 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롯데콘서트홀에 오르간이 설치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개관 연주회 프로그램으로는 오르간, 대형 합창, 오케스트라 관악기가 총동원된 말러 2번 ‘부활’을 기대했었다. 말러 2번이야말로 예술의전당이 아무리 제대로 해보려해도 실현불가능한 레파토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롯데가 말러 2번으로 개관 연주회를 가졌다면 예술의전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재확인하며 더욱 아프게 생각했을 것이다.
필자는 예술의전당 책임자들에게 왜 예술의전당에는 오르간이 없냐고 물은 적이 있다. “오르간 설치하려면 콘서트홀을 몇 달씩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음악팬들은 앞으로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중 어느 곳을 더 사랑하게 될까.
현재 분위기로는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빈 필은 2016년 11월 1일은 롯데콘서트홀에서, 11월 2일은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연주회를 갖는다. 롯데는 R석이 43만원이고 예술의 전당은 R석이 38만원이다. 롯데는 더 비싼데도 이미 매진이다. 이 데이터만 보면 롯데가 예술의전당을 이긴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롯데콘서트홀은 이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 측은 몇 개의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오르간 독주회 등을 프로그램으로 올려놓고 있는 중이지만, 아쉽게도 개관 이후 2016년 12월말까지 바로 매진 상태인 빈 필 콘서트 이외에는 야심적이고 가고 싶은 연주회를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2017년에는 KBS교향악단이 정기 연주회를 KBS홀 대신 롯데콘서트홀에서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 롯데홀의 위상을 설명하기에는 약하다. 롯데콘서트홀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의 대관료 안내에 따르면 저녁 3시간 사용에 일반콘서트 1,080만 원, 기업콘서트 2,160만원 으로 명시돼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관료가 일반콘서트 660만원, 기업콘서트 1,320만원인 것에 비하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 홀 완성에 1,5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 최고 명품 악기를 만들려 했다는 것에 비해서는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롯데가 받을 수 있는 1년 총 대관 수입은 30여억원뿐이어서, 50년이 걸려야 겨우 건축비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콘서트홀을 만들어놓은 것만으로도 롯데는 일단 사회적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롯데 콘서트홀은 정통 고전음악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에서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고 사장을 문화체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예술의 전당도 엄격히 말해 우리나라 고전음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정통 고전음악 연주회장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전속 상주 오케스트라조차도 없다. 음악적 권위의 상징인 예술감독도 없다. 사장이 예술감독을 겸임하는 것도 아니다. 건물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직원들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모델을 삼아 따라갈 필요도, 라이벌로 삼아 경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결국 롯데콘서트홀의 모델은 일본 산토리홀인가. 산토리홀은 일본 NHK교향악단이 수십년간 주된 공연장으로 삼아왔고 산토리그룹이 오랜 인내심으로 수십년간 많은 자금을 투입하며 세계적 클래식의 전당으로 자리잡았다. 롯데콘서트홀은 차라리 K Culture 최선봉에 서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K Culture는 아이돌 음악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돌 음악은 보여주는 음악이다. 보여주는 음악만으로는 세상을 흔들 수 없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보는 예술이 아니라 듣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비틀즈, 프린스, 아바, 에릭 클립튼, 마이클 잭슨의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듣는 음악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대중음악 유학파들이 돌아와 맹활약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듣는 음악을 통해 세계를 흔들려는 시도가 없다면 우리의 보여주는 아이돌 음악은 곧 한계에 부딛힐 것으로 본다. 바로 이 시점에서 롯데 콘서트홀이 실력있는 음악인을 발굴하고, 그것이 정통 클래식이건 소위 대중음악이건, 세상과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댈 수 있는 멋진 음악이 매일 울려퍼지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공연장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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