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채식주의자’를 번역해서 한강 작가와 함께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의 발언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기회만 생겼다하면 K-pop, K-클래식, K-오페라, K-드라마 등 모든 장르에 K자 붙히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우리에게 강한 메세지를 던졌다. 제발 K-문학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매우 당돌해 보이지만 한국적인 것이라서 세계적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얘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투브 조회수가 25억뷰를 넘어서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지만 싸이가 어느 나라 가수인가 보다는 노래와 춤의 독특함 때문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가브랜드가 올라가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데보라 스미스의 발언을 머니투데이의 박다해 기자가 정리한 내용을 옮겨본다.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의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서 데보라 스미스는 “개별작품은 ‘한국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독특한 스타일, 주제, 장르 때문에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제발 ‘K-문학’이란 표현은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한국스러움’만을 앞세운 정부 주도 번역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성공 처세술을 다루는 경영서들처럼 ‘한국문학 세계 정복에 필요한 10가지 단계’같은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 주도의 시도나 세계 주요작품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주문은 출판인들의 정신과 상충된다”고 꼬집었다.
문학에 대해 열정이 있는 출판인들은 운영목적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출판을 계속 해 나가는 것’에 있기 때문에 섣부른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데보라 스미스는 “작가와 번역가, 출판사 관계자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 문화예술위원회 등) 지원기관이나 기타 기관이 이들의 작업을 도와주면 된다.”고 덧붙이면서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이 공통된 목표를 마음에 새기고 협업해나가면 분명 매우 밝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본 데보라 스미스는 “채식주의자의 성공으로 해외 출판사가 내 볼만 하다고 여길 듯한 한국작품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한국 고유의 다채로운 문화와 다난한 역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한국적인 작품부터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우는 작품까지 다양한 한국 작품이 해외에 진출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출판사도 원작이 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독특한 스타일, 주제, 장르 때문에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그는 ‘채식주의자’의 홍보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부분은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드러나지도 않았던 작가의 국적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다른 문화로의 창’이란 진부한 방식으로 홍보하지 않았고, 홍보 대상을 ‘한국에 관심 있는 독자’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학 혹은 번역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로 설정해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코러스나우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