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피타고라스(BC 570~495)는 “영혼을 정화하는 게 음악의 목적”이라고 말했고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예술의 목적은 일상 속에 찌든 영혼을 정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을 정화시키는 일을 하는 예술가는 존경을 받아야 하고 어쩌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12월 27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인 구순열씨를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정명훈 감독과의 재계약을 하루 앞 둔 시점이었고 12월 28일 열린 서울시향 이사회에서는 일단 재계약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듯 했다.
29일 정명훈 예술감독은 사임의사를 밝혔는데 사임 결정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서울시의 재계약 의지가 확고했기에 정 감독이 사임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결국은 흠집이 날대로 다 난 후에 사임을 결정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과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의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 계속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번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되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입건된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씨와 관련인사들에 대한 수사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정명훈 감독이 음악을 통해 각박한 삶에 찌든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했기에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유명하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사회와 이웃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있다. 일부에서는 예술가가 잘못을 했을 때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영혼을 치료하는 예술가이기에 좀 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 말은 예술가는 덜 도덕적이어도 괜찮다는 얘기로 들려서 예술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오히려 영혼을 치유하는 예술가는 더 도덕적이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예술가일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문화권력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웬만해선 드러나지 않는 예술계와 대학교수들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하는 예술가가 존경을 받고 대우를 받아야겠지만 성공한 예술가들이 부패한 권력이 되어 도덕성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코러스나우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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