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4월 9일 토요일, 주말이라 서울에서 대절한 버스로 6시간이나 걸려 전남 강진의 만덕산에 자리한 백련사에 도착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열리는 동백숲 음악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백련사는 해마다 재즈 콘서트를 열고 있다. 동백꽃은 겸손한 마음, 기다림, 애타는 사랑이라는 뜻과 함께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는데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고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은 청렴과 절조를 상징하기도 한다. 겨울에 핀다고해서 동백(冬柏)이라 불리우는 이 꽃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무도회에 나타날 때 가슴에 달았던 꽃이기도 하다.
나무에서 피고, 땅에 떨어져 다시 피고, 보는 이의 가슴 속에 간직하며 피기 때문에 세 번 핀다는 동백꽃이 땅에 떨어져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동백숲에서의 음악회는 매우 특별한 느낌을 갖게한다. 서울대 인디밴드 ‘열한시반’의 오프닝 연주에 이어 메인 프로그램인 론 브랜튼 (Ronn Branton) 재즈그룹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론 브랜튼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음악적 감성을 갖추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에서 작곡을 공부하면서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교수인 Santiago Rodriguez를 사사하고, 졸업 후 워싱턴D.C를 중심으로 레코딩 세션, 작곡, 편곡, 재즈 클럽연주를 위주로 활동해오다 한국에 건너와서 론 브랜튼 재즈 그룹을 결성하여 재즈를 즐기는 마니아들을 위한 친밀감있는 무대를 만들면서 재즈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백숲 음악회 프로그램으로 United, Angelica (Duke), I Want to Be Happy, Day by Day, I'll Remember April, 동백아가씨(이미자), Light and Shadow, Nemesis, Take the Coltrane, 초우를 연주했는데 속세에서나 들을 수 있는 재즈음악을 산사에서 자연을 즐기며 듣는 느낌은 매우 신선했다. 세상의 음악을 포용하는 산사의 모습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음악회를 보러온 청중들 속에는 정계를 떠나 백련사 뒤편에 버려졌던 산골집을 보수해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모습도 보였다. 음악회가 끝나고 강진의 영랑생가를 찾았다. 시인 김영랑(1903~1950)이 태어나서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하기 전까지 45년간 살았던 집으로 다른 사람이 소유했던 이 집을 강진군청이 사들여 복원을 했는데 1986년 2월 17일 전라남도기념물 제89호로 지정되었다가 2007년 10월 12일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52호로 지정되었다.
다산수련원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음 날 해남 대흥사를 거쳐 풍경이 아름다운 두륜산에 올라 북미륵암까지 산행을 했다. 매년 동백숲 음악회를 열고 있는 백련사에서는 2박3일 남도기행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다니 템플스테이(www.baekryunsa.net)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코러스나우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