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알파고와 이세돌, 세기의 대국이 끝났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력을 작품으로 만든 예를 찾아보면서 흥미로운 영화 한 편 찾게 되었다. SF작가 ‘아시모프’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고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으로 등장해 열연한 영화다. 처음 보면 ‘로빈 윌리엄스’ 닮은 로봇 분장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곧 ‘로빈 윌리엄스’의 로봇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 제작과정에서 마요네즈가 회로에 떨어지는 사소한 실수로 지적호기심이 생긴 로봇이 주인집으로 오면서 이런저런 집안일을 거들다 가족들과 특별한 깊은 유대관계를 갖게 되고, 가족들은 그런 로봇에게‘ 앤드류 마틴’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다른 로봇들과 다른 그를 과격하게 연구하려는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로봇은 점차 인간의 감정을 배워가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살려 나무 조각 작품을 만들어 돈도 모으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의 주인이 죽게 되는 일을 겪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모아 놓은 돈으로 점차 겉모습을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바꾸어 나간다. 계속적인 노력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완전히 바꾸고 몇십 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 과거 자신이 돌보던 여자 아이는 이미 노인이 되어있고 그녀의 손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손녀와 사랑에 빠지는데 영원히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모든 장기를 인간과 같은 장기로 바꾸고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병상에 누워 먼저 눈을 감는다. 그를 사랑하는 여인도 모든 생명 유지 장치를 스스로 제거하고 눈을 감는다. 그때 주인공 로봇의 나이가 200살, 영화의 제목 ‘200살 사나이’의 의미를 보여준다. 큰 흥행작은 아니지만 볼 수록 빠져드는 작품이고 끝나고 여운이 긴 영화다.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의 두려움이 바로 인간의 생존 능력의 시발점이라는 인류학적인 관점을 기준으로 볼 때 기계는 죽음을 인식 못하는 한 인간과 같은 반열에 놓을 수 없다고 한다.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이런 이론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영화였음에 분명하다. 지금에서야 전 세계적으로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바이센티니얼맨(1999)’ 이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러드 러너(1985)’에서도 인간과 같은 감정을 지닌 로봇이 등장하는 걸 보면 우리는 좀 늦은 감이 드는 건 왜일까?

영화 중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던 로봇이 레코드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에 나오는 ‘달님에게 부르는 노래’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뜬금없이 체코어로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가 왜 등장할까?

오페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나오는데. 그 유명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의 이야기와 유사한 스토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호수요정의 딸 ‘루살카’는 사냥 나온 왕자에게 구애를 하지만 왕자는 거절한다. 결국 마녀에게 찾아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달님에게도 노래한다. 결국 말을 못하게 되고 사랑을얻지 못하면 둘 모두가 저주를 받게 된다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루살카’는 인간이 된다. 왕자와 결혼 날짜까지도 잡게 되지만 행복도 잠시 왕자는 결혼 하객으로 온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루살카’는 결국 왕자에게 버림받는다. 왕자를 죽이면 자신에게 주어진 저주를 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루살카’는 왕자를 살리는 선택을 한
다. 한참 만에 호숫가에 우연히 오게 된 왕자는 ‘루살카’를 발견하고 죽음을 각오한 채 ‘루살카’와 키스한다. 왕자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루살카’는 사랑을 알게 해 준 왕자에게 감사하고 그의 영혼이 신에게 돌아가도록 하고는 다시 호수 속 죽음의 정령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과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사랑하는 왕자 앞에서 인간이 되고 싶었던 ‘루살카’가 달님을 향해 부르는 아름다운 아리아는 따로 콘서트에서 자주 불려 지는데 이 오페라 한편은 드보르작의 나머지 오페라의 연간 총 공연수를 앞지르는 공연 횟수를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 했던 SF 작가 ‘아시모프’의 로봇의 판단 원칙을 보면 제1법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금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도 금지. 제2법칙, 로봇은 제1법칙을 위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 제3법칙, 로봇은 제1법칙과 제2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을 보호한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터미네이터 스토리와 같은 미래를 방지하기 위한 조건이며 로보캅에서 적용된 법칙 중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제1법칙도 정작 우리 인간은 못 지키고 있음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보내는 DNA 속 메시지인가?

신금호
경기도 교육연수원 발전 전문위원,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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