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당신은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를 아십니까?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오, 잘 몰라요.”라는 대답이다. 나에게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에 나의 대답도 마찬가지로 “아니오, 잘 몰라요.”였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에 올해 1월 1일부터 방송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아이슬란드는 낯설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이고 러시아(구 소련)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현재 아이슬란드 국적을 가지고 수도 레이캬비크에 살고 있다면 아츠앤컬쳐 독자들의 관심은 증대될 것이다. 아쉬케나지는 모스크바 서쪽의 도시 고리키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원이름은 블라디미르 다비도비치 아쉬케나지이다.

1956년 아쉬케나지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국제콩쿠르에 참가해 1등으로 우승하여 벨기에 각 도시와 독일, 미국, 캐나다를 순회하며 연주하였고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EMI와 소련 멜로디아에서 레코드를 발매하여 아쉬케나지의 명성은 국제적으로 높아졌지만, 그는 그 후에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1960년에 음악원을 졸업하였다. 이때까지 아이슬란드와 아쉬케나지는 공통분모가 없었다. 하지만 1961년에 아이슬란드와 관계를 맺게 된다.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

1961년 아쉬케나지는 모스크바 음악원에 유학 중이던 아이슬란드의 피아니스트와 결혼하였다. 1962년, 제2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하여 영국의 존 오그돈과 함께 공동 1위로 우승하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서 인정을 받았으며, 그 후 점차 국제적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나갔다. 그리고 아내의 희망에 따라 1963년부터 영국으로 이주하였고, 1968년부터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부인과 네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서방에서 활동한 그는 1969년, 소련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였고, 1972년에는 미국의 신문을 통해 소련의 체제를 비판한 것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74년 소련 국적을 버리고 정식으로 아이슬란드 국민이 되었다.

아쉬케나지가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클래식 음악의 변방국으로 간주된다. 연주자 측면에서도 그렇고 작곡가 측면에서도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 매우 드문데, 이것은 문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구의 문제일 것이다. 국토는 우리나라의 남한 면적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32만 명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마저도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으므로 레이캬비크의 나머지 땅에는 거의 사람들이 살지 않고,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인구가 적으니 새로운 개발이 필요 없었을 수도 있지만 북쪽은 화산지대라서 살기 힘들고, 남쪽은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빙하지대이기 때문에 살 수 없다.

블루라군
블루라군

그렇게 척박한 아이슬란드가 블루라군(Blue Lagoon)이 전 세계인들의 버킷리스트 10위에 들어가면서 세계인들의 꿈의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의 약 30% 정도가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이 대부분이라 ‘인터스텔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프로메테우스’, ‘배트맨 비긴즈’, ‘왕좌의 게임’이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었다.

영화를 촬영하면 세금을 환급해주고 있어 할리우드는 아이슬란드에서 촬영을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아이슬란드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쉬케나지는 런던과 아이슬란드를 오가며 활동을 하는데, 몸이 안 좋아지면 아이슬란드로 돌아와 온천을 하면서 원기를 회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슬란드에는 어떤 온천들이 유명한가? 대표적인 온천은 세계인의 버킷리스트 10에 이름을 올린 블루라군이다. 매일 많은 관광객들이 블루라군을 들어가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방문할 정도이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멀지 않고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여 짧은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는 이들은 내리자마자 블루라군으로 이동한다. 블루라군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아이슬란드의 지열 에너지 생산의 우연한 부산물이다.

블루라군
블루라군

근방의 스바르챙기(Svartsengi) 발전소에서 지구 표면 2km 아래까지 섭씨 240도의 물을 끌어 올린다. 극도로 뜨거워진 물이 이중 공정을 거치는데, 한쪽에서는 전기를 생산하고 다른 쪽에서는 물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사용된 물은 인체의 온도와 비슷한 38도를 유지하는데, 실리카, 소금, 기타 광물을 풍부히 머금은 채로 현재 블루라군이 있는 곳까지 수백 미터를 흘러오게 된 것이다. 건선이나 습진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의 온천욕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치유 성분에 감명 받은 관광객들은 다들 얼굴에 머드를 바르고 있다. 당신도 꼭 한번 얼굴에 실리카 머드를 발라보기를 바란다.

미바튼 온천
미바튼 온천

북부의 대표적인 온천지는 미바튼에 있는 미바튼 네이쳐 바스이다. 제2의 도시인 아쿠레이리 근처에 있어 아쿠레이리 시민들은 블루라군보다 미바튼 네이쳐 바스가 더욱 좋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곳으로 여름에는 밤 12시까지 개장을 하므로 온천 이용이 더욱 용이하다.

로가바튼
로가바튼

다른 유명한 온천으로는 로가바튼이 있다. 로가바튼은 아이슬란드의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온천으로 우리나라의 사우나와 비슷한 분위기라 더욱 정감이 간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이슬란드의 유명한 관광지인 게이시르와 굴포스를 보고 나서 로가바튼에 들러 피로를 푸는 식이다.

라우가르달스라우그
라우가르달스라우그

아이슬란드는 화산지형이 많고 겨울이 긴 북위도에 위치한 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도시에는 수영장에 온천이 같이 있어 아이슬란드인들은 하루의 피로를 풀고 성인들은 만남을 즐기는 대화의 장소이기도 하다. 가격도 저렴하여 우리나라 돈으로 성인은 6,000원, 어린이(만 15세까지)는 1,500원 정도라서 저자는 자주 수영장을 이용한다. 대표적인 수영장은 레이캬비크에 있는 라우가르달스라우그 수영장으로 규모도 크고 시설도 매우 수준급이다.

작가 | 조대현
54개국 162개도시 이상을 여행한 저자는 강의와 여행 컨설팅, 잡지 등의 다양한 활동과 “top 10”여행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MBC TV 특강과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에 아이슬란드 링로드가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저서로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라오스 등의 가이드북이 출간되었으며, 발트 3국, 체코, 독일 로맨틱&괴테 가도, 동유럽, 크로아티아 등이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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