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나’를 ‘알아차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츠앤컬쳐] “육명심(陸明心, 1933~)입니다. 여섯 번만 명심하면 됩니다.” 2015년 겨울, 밝은 톤의 재기 넘치는 명료한 목소리의 주인공, 대한민국 사진의 살아있는 역사, 원로사진가 육.명.심.을 만났다.
그는 대를 이어야 하는 전통가정의 명분하에 스님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일찍 부모를 모두 여의고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육명심은 미술선생인 부인을 만나 결혼하였는데 이때 신혼살림으로 장만해온 카메라와의 만남이 그의 사진가로서의 인생 서막을 여는 단초가 된다. 마치 예술가로서의 삶이 그의 숙명인 듯,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출생의 역사를 소유한 사진가이다.
그는 평생을 바쳐 다음 세대를 위해 한국의 사라져 가는 ‘현재’를 사진으로 담는 『우리 것 3부작』 ‘백민’, ’검은 모살뜸(검은 모래찜질, 제주사투리)’, ‘장승’ 프로젝트를 촬영하고 있다.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우리 것’이 점차 없어지고 문화재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그의 작업은 우주의 일부분으로서의 인간의 근원에 대한 물음과 내면 세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나를 알아차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연극에 심취하고 있던 시절 그가 느낀 것은 예술은 인간의 내면적 심층 속에 잠재하고 있는 ‘상상력의 해방’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술에서 상징성이란 구체적인 사실의 지시가 아니라 간접적인 은유나 암시를 의미하며 바로 이점을 ‘카메라의 눈’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사진예술이 지향해야 할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평가이자 사진가인 버몬트 뉴홀(Beaumont Newhall) 또한 카메라는 본다는 것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형체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며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 Nagy)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을 멘토(mentor)로 삼고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육명심이 자신만의 독특한 ‘카메라 아이(Camera Eye)’를 가지게 된 것은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그의 반골적 기질과 융합적 사고방식, 그리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마음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대상과 교감하며 시대를 초월한 근원적 형태를 사진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자성(自醒)의 결과였다.
시를, 연극을, 판소리를 사랑한 사진가 육명심은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바라는 것 없이 목적을 가지지 말며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남녀 간의 사랑처럼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면 그것이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며 결과적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야기’와 ‘몸짓’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판소리처럼 그의 사진에서 육명심이란 광대의 노래가 프레임 속 몸짓과 합일되는 순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얼~쑤’ 추임새를 넣는다.
글 | 김이삭
전시기획자, Art Director, 이삭환경예술연구소 대표
kim.issac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