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을 ‘사진’과 함께 살다 간 ‘한 남자’의 이야기
[아츠앤컬쳐] ‘사진의 신’, ‘사진계의 톨스토이’라고 불리며 국제자유보도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MAGNUM)을 설립한 창립자 중 한 사람으로서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은 스페인 내전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식민주의가 끝날 때까지 거의 한 세대를 아우르며 20세기 유럽과 세계 역사의 위대한 증인으로서 그리고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거장으로서 사진가로는 유일하게 세계 역사 속 천재의 반열에 올라있는 작가이다.
1952년 프랑스와 미국에서 발간된 그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지금까지 발행된 사진집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 사진집을 발표한 이후부터 그의 사진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대표되며 ‘잘 찍은 사진의 표상’이 되었다. 그는 사진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00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아르고스(Argos)와 같이 촉수를 세우고 사방을 주시하며 결정적 순간을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겐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특별한 순간도 특별한 기술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상황을 평범한 시선으로 담을 뿐인데 그 안에서 우리는 그의 사진에서 ‘진실(眞實)’이 ‘찰나(刹那)’에 돌연히 발현하는 에피파니(Epyphany)의 순간을 본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자신의 사진집 서문에서 “나에게 사진이란 아주 짧은 순간에, 한편으로는 사실의 의미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실을 표현하는 시각적으로 지각된 형식들의 엄밀한 구성을 동시에 알아보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하면 프레임 안의 모든 구성적, 정서적 요소가 완벽히 일치하는 순간이 있으며, 그것을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프레임의 구성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배치하는 능력이 바로 ‘결정적 찰나(刹那)’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적 순간’은 1930년대 거의 혁명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소형 라이카(Leica) 카메라가 출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카르티에-브레송이 구입한 라이카는 크기가 작고 조작이 간편하여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찰나를 포착하는데 탁월하였다. 그러나 “50년 이후에도 나의 사진이 더 나아진 것이 없다”는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모든 재능과 사진예술에 관한 철학은 1931년까지 그가 경험했던 수많은 책들과 여행을 통하여 라이카가 그의 손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바로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처음 카메라를 잡으면서부터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윌리엄 허셜(Frederick William Herschel)이 천왕성의 발견으로 우주를 확장시킨 것처럼 사진예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10주기 회고전 ‘영원한 풍경’
2014. 12. 05 ~ 2015. 03. 01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M1 디자인전시관
Henri Cartier-Bresson, Landscape
2014. 12. 05 ~ 2015. 03. 01
Dongdaemun Design PlazaM1 Design Exhibition Hall
글 | 김이삭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전시 감독, Creativet Director, 이삭환경예술연구소 대표
kim.issac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