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 그 경계에서
[아츠앤컬쳐] 20세기 언어철학의 대가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은 그의 책 『철학적 탐구』에서 “만일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 해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단언했다. 인간은 사자와 언어사용에 관련된 삶의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르네뜨 뉴웰(Leneette Newell)의 ‘애니-휴먼(Ani-Human)’ 시리즈 작품들은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의 다른 종 사이에서 몸을 통해 표현되는 완벽히 조화로운 ‘소통의 언어’를 발견하고 촬영해 내는 뛰어난 기법을 보여준다. 미국 킴볼(Kimball)에서 태어난 르네뜨 뉴웰은 브룩스(Brooks Institute)와 네브라스카 주립대학(University of Nebraska)에서 사진을 전공하였으며 2012년에는 미국에서 사진작가에게 수여하는 매우 권위 있는 상인 ‘American Photography 28’에 선정되었다.
유년시절 뉴웰은 미국 대평원에 위치한 네브라스카주(State of Nebraska)의 목장에서 성장하였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소 떼와 말, 애완용 스컹크, 공작새 등과 맹수들을 돌보는 수의사였다. 따라서 뉴웰은 매우 자연스럽게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친구 삼아 함께 뛰어놀며 그들의 행동양식을 배울 수 있었고 특별히 그녀가 고안해낸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바디랭귀지와 흥미로운 몇 가지 소통방법을 통한 대화법은 그녀와 동물들 사이의 유대감을 증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남다른 경험 덕분에 르네뜨 뉴웰은 일반적인 기술로는 담아내기 불가능한 코끼리, 뱀, 치타, 사자, 호랑이 등의 맹수와 인간 사이의 교감을 온전히 작품 속에 이입시킬 수 있었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장벽은 서로가 다른 종이라는 것이지만 나는 인간이 야생동물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으며 인류의 눈부신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창조물들로부터 여전히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작품에 표현된 동물들은 순수하고 강력하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그녀의 작품세계에서 논란의 여지 없이 주인공이며 반면, 인간은 동물을 닮아가고 같이 느끼며 그들에게 수용되는, 오히려 한발 뒷전으로 밀려난 배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적응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야생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심리적으로 그들에게 예속되는 장면이 그녀의 렌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나는 모든 동물을 사랑합니다. 동물과 완전히 일체감을 이루는 인간의 모습을 찾는 것은 나에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 L. Newell
글 | 김이삭
전시기획자, Art Director, 이삭환경예술연구소 대표
kim.issac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