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월 2일, 10여 개월 동안 공석으로 있던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단장)에 젊은 소프라노 한예진(44) 씨가 전격적으로 임명되자 새해 벽두부터 오페라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사실 2014년 3월 김의준 전 예술감독이 사임한 이후 10여 개월의 공백 상태에서 국립오페라단이 별문제 없이 운영되는 걸 보면서 단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인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떤 단체든지 누가 리더가 되느냐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그 단체의 위상을 가늠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신임 예술감독 임명은 어떤 검증절차를 밟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인선 기준도 모르겠다. 과거 국립오페라단 단장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이번 인사는 너무나 파격적이다. 사설단체도 아니고 그래도 명색이 국립단체인데….

결국, 국립오페라단 한예진 예술감독 임명을 철회하라는 오페라계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투명하지 못한 인선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임명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임명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문체부는 이번 임명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추천과정과 인사검증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었는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오페라계의 반발을 무마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국립오페라단은 매년 100억에서 80억 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해 왔다. 하지만 1년간 제작되는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국립오페라단 사무국 운영은 민간오페라단의 운영실태와 비교해서 우선 직원 수가 너무 많고 비효율적이다. 민간오페라단이 작품을 올릴 때 제작인력을 외부에서 차용하는 것 말고는 상주 인원이 단장을 포함해서 2~3명인데 비해서 국립오페라단은 수십 명의 사무국 직원만 상주하고 있다. 극장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솔리스트나 합창단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오페라극장은 오페라단과 발레단, 합창단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소속단체로 두고 운영하는데, 대한민국의 국립오페라단은 자체 극장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것 외에는 민간오페라단과의 차별성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시장에서 민간오페라단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국립오페라단의 조직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국립오페라단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제대로 된 국립오페라단을 갖기 위해서는 차제에 극장중심체재로 개편되어야 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음악당과 분리시켜서 국립오페라단과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을 오페라극장 소속단체로 구성하고 상주 오케스트라를 갖추어야 한다. 분리 독립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 임명권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다 하더라도 오페라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투명한 인사검증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임명한다면 국립오페라단의 위상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