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해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이 많이 있지만 클래식을 좋아하는 음악팬들이 티켓을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아서 웬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공연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자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도 있지만 기업의 협찬을 받아야 제작이 가능하고 협찬금만큼의 티켓을 기업에 줘야 하기 때문인데… 민간 제작자는 한정된 공연장 좌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티켓 가격을 높여서 기업에 나가는 티켓 수를 줄여야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보니 티켓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민간 제작자들의 재정적 고민을 덜어주면서 일반 음악애호가들도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해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는 없을까?
상대적으로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국가기관과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의 티켓 가격은 저렴하다. 하지만 공연 수준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에 필적하거나 버금가는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오케스트라 공연의 티켓이 저렴하더라도 음악팬들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을 더 선호한다. 자체 제작하는 공연의 질을 유명 해외 교향악단 수준까지 높여서 보다 많은 관객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연주자들에 대한 대우도 충분하게 해줘서 소속된 단체의 연주 외에 다른 아르바이트(입시레슨 등)를 하지 않게 해주는 것도 국내 공연의 수준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부분의 국공립 교향악단의 보수가 많지 않은 환경이 단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일거리를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내 교향악단의 한 지휘자가 너무 많은 봉급과 지휘료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개런티와 비교한다면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대한민국 국가 경제규모를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또한, 오케스트라는 많은 단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연주를 하는 단원들의 상대적 빈곤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오케스트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지휘자를 영입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일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해외 공연을 한다고 해서 세계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나가서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대우를 받고 수익을 창출했느냐가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국내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의 비싼 티켓을 사지 않고도 수준 높은 국내 오케스트라 공연을 맘껏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우리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가졌다는 자부심으로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지 않을까?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