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항상 어눌한 말투와 유머러스한 진행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휘자 금난새가 새롭게 출범하는 뉴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014. 8. 17)에서 ‘썸머나이트콘서트’를 열었는데…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금난새 지휘자는 일반적으로 베토벤 운명교향곡은 운명(죽음)의 신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고 알고 있는 내용을 “가난에 시달리던 베토벤이 집세를 내지 못하자 집주인이 집세를 독촉하러 찾아와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테마로 잡아 운명교향곡을 작곡했다.”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조금은 권위적이고 점잖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회의 분위기를 재밌게 바꿔주었고 관객들이 음악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 2악장, 드보르작 교향곡 8번 3악장,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4악장 그리고 바이올린 권혁주와 첼로 심준호, 테너 이기업의 협연으로 구성된 연주회는 음악적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연주한 바이올린 권혁주와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한 첼로 심준호의 테크닉을 겸비한 힘 있고 유연한 연주는 음악적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테너 이기업은 품위가 느껴지는 음색과 편안한 고음처리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아리아 ‘정결한 집’(Salui demeure chaste…)과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 중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을 부르며 오페라계의 차세대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1998년에 창단한 유라시안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해마다 엄청난 횟수의 음악회를 지휘해온 금난새는 지금도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와 서울예고의 교장을 맡아 연주무대와 교육현장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새로운 뉴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지휘자 금난새가 무대에 서서 지휘하는 모습은 언제나 젊음과 열정이 넘친다. 세월이 흐를수록 지휘자로서 완숙미가 넘쳐흐르면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프로그램이 전부 끝나고 준비된 앙코르곡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을 연주하는 동안 무대 위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곡이 끝나는 마지막엔 조명이 전부 꺼지는 페이드아웃(fade out) 기법을 보여주며 보는 재미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이 깊었던 것은 모든 공연이 끝나면 먼저 지휘자가 퇴장을 하고 뒤이어 연주자들이 무대를 떠나는 게 일반적인데, 지휘자 금난새는 단원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끝까지 박수를 치며 무대를 지키다가 맨 마지막에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연주회를 위해서 그동안 연습과정부터 수고했던 단원들을 격려해주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진한 인간미가 느껴졌고 신선했다.
평소 자신의 음악회를 후원하는 기업을 하나하나 챙기는 비즈니스 감각도 보기 좋았는데, 오늘 저녁 통념을 깬 파격적인 무대 연출을 보여준 지휘자 금난새의 변신이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